이곳엔 사실 아무것도 없다고.
늘 시간에 쫓기는 탑승수속을 밟고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 시간을 날아서, 다시 또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려서, 버스 창가에 기대 졸며 한 시간을 넘게 달려서, 무거운 캐리어를 거친 바닥에 굴리며, 그렇게 다시 찾아온 이곳엔, 사실 아무것도 없다고.
이미 지고 없는 해가 남긴 온기와, 여전히 고요하게 찰방거리는 밤바다와,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와, 은은하게 별자리를 수놓는 별빛과, 구름에 살짝 가린 달빛과, 서늘하고 맑은 공기와, 가끔 불어오는 바람 말고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고.
이곳엔 단지 며칠 못 본 게 벌써 그리워지는 착한 식구들과, 내가 올 시간에 맞춰 그들이 시켜놓은 치킨 두 마리와, 조촐하게 까놓은 과자 몇 봉지와, 함께 살짝 기분을 적실 맥주 몇 병과 한라산 17도, 그것 말고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고.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게나 그리웠나 보다. 떠나온 육지에선 몇 천, 혹은 몇 만 피스 퍼즐 중 한 조각의 나. 돌아온 이곳에선 겨우 30피스 퍼즐 중 한 조각의 나. 아무것도 없는 내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 나를 채울 수 있어서, 그렇게나 좋았나 보다.
그래서 돌아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