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조생귤은 노지에서 수확되는 첫 귤이다. 하우스에서 비를 막고 온기를 더해 자란 귤이 아니라 바깥에서 바람과 흙과 햇볕을 온전히 받고 자란 날 것의 귤이다. 알이 작고 새콤하고 은은한 단 맛이 나는 생기 있는 귤이다. 요즘은 그런 귤을 판다. 그런 귤 맛을 본 사람들이 제법 많이 산다.
장사가 잘 되는 날은 하루에 100만 원 도 더 넘게 귤을 판다. 하루 종일 바쁘게 귤을 파는 일도 꽤 즐겁다. 한가할 때보다 바쁠 때 나의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귤과 돈의 교환 사이엔 말이 있다. 매장으로 출근하는 날엔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십 번도 더 귤과 말을 건네고 돈을 받는다. 말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지는 판매는 나름 신나는 일이다. 관광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오신 어르신들과,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와, 그들의 아들 딸들과,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의 대화는 각자 결이 다르지만 모두 귤 향을 품어 조금씩 향기롭고, 제주의 풍경을 품어 호의적이다. 귤을 사이에 두고 말을 섞으면 귤과 말은 비슷해서 새콤하거나, 달콤하거나, 때론 맛이 없다. 귤의 맛과 말의 맛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귤은 봉지나 박스에 담겨 매장 밖으로 나간다.
판매가 잘 될수록 파는 자들의 마음은 급하고 몸은 바쁘다. 밀려드는 택배 주문을 종이박스에 정성스레 포장해 발송하고, 귤망을 하루에도 수 십 개씩 포장하고, 예고 없이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응대한다. 그 모든 일이 따로 또 같이 이뤄진다. 판매가 서툴거나 익숙한 모든 청년들이 저마다 맡은 임무에 몰두하며 귤과 씨름하는 사이 하루는 금세 간다. 귤을 많이 팔아도 매장 일을 돕는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청년들은 그저 몸 담은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귤을 판다. 바쁜 하루 목을 축이려 틈틈이 까먹는 귤 맛은 시고 달다. 그 맛이 장사의 맛, 혹은 인생의 맛과 비슷할 테다. 작고 아담하고 정겨운 매장에서 귤을 파는 청년들은 그 맛을 몸으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