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시

by 차구마

그래, 술김에.

홀짝인 21도 한라산 기운에.

오늘은 한 줄 시를 써볼까.

내일 아침이 부끄러워

지우더라도 말이다.

좋은 사람이 떠나는 밤이니


시가 아니더라도 시를 써야만 하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는

죽은 가수의 노랫말 만이

바다 앞에 흥얼거린다.

그 아름다운 노랫말 가운데

내가 지금 쓰는 것은 결코 시가 아니다.


그래, 그래도 오늘은 모자란 시를 써볼까.

소주에 흠뻑 절여져 마침

제주의 바다를

듣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슬픔과

슬픔 속 처량과

처량 속 환희를 표현할 말이 얼마나 있으랴.

살며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눈물, 웃음, 노래 사람

그리고 바다와 바다의 밤.

그것으론 부족하다.

나는 결코 시인이 아니다.


그래서 나의 시는 몇 줄에 그치지만.

시인이 아닌 나의 시는 시가 아니기에 그저

깊어가는 제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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