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작은 섬이다. 남쪽으로 뻗어가는 국가의 경찰력과 행정력이 도달하는 마지막 땅이다. 제주 남쪽의 작은 선착장에서 갈 수 있는 마라도는 자그마한 또 하나의 제주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거세고 땅이 거칠어 사람과 나무가 살기 어려운 땅이다. 예부터 먹고 살기 어렵던 제주와 땅과 문화의 질감이 닮아 더 정겨운 섬이다.
서귀포와 마라도를 왕복하는 배가 하루에 몇 번씩 사람들을 싣고 바다를 가른다. 사람들은 파도가 잔잔한 날 갑판에서 바다를 보고 파도가 거센 날은 의자에 앉아서 잔다. 오늘은 날이 좋으니 갑판으로 나와 바람을 맞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없이 밝다. 따뜻한 가을 햇볕이 바다에 튕겨 반짝이는 30분 거리의 뱃길은 생기 있고 힘차다.
동행들과 함께한 뱃길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눈을 붙이니 곧 마라도에 도달했다. 짠 바람이 부는 육지에 발을 디디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풍경 곳곳에 짜장면 가게, 편의점, 화장실이 새겨져 인간의 체취를 풍긴다. 인간의 체취는 자연의 풍경과 제법 잘 어우러져 다시 한 편의 잘 그린 그림이 된다. 사람의 손에 닳아버린 자연은 안타깝지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은 정겨울 수 없다. 곳곳에 사람의 냄새가 배어 마라도는 지금의 마라도다.
마라도는 작은 섬이라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금세 한 바퀴를 돈다. 풍경과 인간의 조형물이 만나는 곳에서 사람들은 멈추고 사진을 찍고 다시 걷는다.
마라도 해녀의 물질을 돌보는 신을 모신다는 할망당, 혹은 아기업개당이라 불리는 돌무더기에 사탕이나 북어포 따위가 조심히 놓여있다. 아기를 업고 죽은 여자애의 넋을 달래는 사람의 애정과 물질하는 해녀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수수하다.
마지막 졸업생을 보내고 휴교 중인 마라분교엔 정낭 3개가 굳건히 걸려있다. 주인이 멀리 떠나 당분간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굳게 걸린 정낭 안으로 마지막 학생이 매달렸던 철봉이며 정글짐이 맑은 은빛으로 반짝였다. 몸을 맑게 하고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기다리는 자그마한 학교는 맑은 하늘 아래서도 씁쓸하다.
출출해진 동행들과 짜장 짬뽕을 한 그릇씩 먹고 길을 다시 나서면 절과 국토 최남단비와 성당이 나오고, 하염없이 바다를 보는 등대가 나오고, 아름다운 경치와 감탄이 나온다. 장소마다 굽이굽이 톺아보면 기왓장에 건강과 행복을 바라고 적는 사람들의 마음과, 최남단에 놓인 쓸쓸한 국토를 사진에 추억하려는 일행의 셔터 소리와, 성경을 따라 적은 비뚤비뚤한 아이의 글씨와, 등대 앞에 하염없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웃음이 있다. 그 모든 것이 놓였다가 돌아가는 길의 끝에서 마라도를 떠나는 배는 정시에 도착해 사람을 태운다.
섬에서 다시 섬으로 돌아가는 길. 바다의 출렁거림은 갑판 위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해산물과 짬뽕 한 그릇으로 나눠 마신 소주 몇 병의 취기가 오를 때면 바다의 움직임은 내 속을 흔든다. 그 흔들림과 내 속의 출렁임은 일치해 오늘은 견딜 만하다. 배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면 냄새가 지독하나 속이 조금 편해지니 30분 뱃길이 두렵진 않다. 설렘으로 출발하는 뱃길과 추억으로 돌아오는 뱃길의 출렁임이 확실히 다르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