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 대선 모든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는 선거를 통해 예고된 민주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한국 사회에 응축된 첨예한 갈등을 폭발시켰다. ‘을 과 을’의 갈등이었다.
먹고 살기 급급한 경제적 약자들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자영업자와 알바생, 중소기업 사장과 직원의 갈등이나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 경쟁 등이다. ‘을’ 간의 갈등은 생존의 문제다. 다른 갈등보다 더 첨예할 수밖에 없다. 권력을 둘러싼 갈등은 타협이 가능하다. 양보와 관용은 때때로 더 좋은 기회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생존을 둘러싼 갈등엔 여유가 없다. 월급이 줄면 대출금을 갚을 수 없다. 반면 인건비가 오르면 가게를 운영하기 힘들다. 상대방의 안타까운 처지도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양보만 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갈등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 부실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대기업 계열 가맹점의 상권 장악 등 쌓여있던 복합적 불안요소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과 만나 터져 나온 결과다. 제조업의 쇠퇴, 경제성장률 하락 등 본격적인 저성장 시기로 돌입한 한국 경제 상황도 주요 원인이다. 한국 사회를 근근이 지탱하던 부실한 경제구조는 노동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신산업으로의 변화 흐름에 휩쓸려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 상황이다. 서둘러 대응하지 못하면 공동체는 아래로부터 분열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명쾌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갈등 해소를 위해선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발맞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핵심은 사회 안전망과 분배다. 점차 노동 필요성이 줄어드는 신산업 중심 사회에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부는 더욱더 한쪽으로 편중된다. 따라서 신산업으로 창출된 부를 사회에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 은퇴한 직장인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연금 제도를 개혁하고, 퇴직금 운용 프로그램을 지원해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 비율을 줄여가야 한다. 청년들도 취업에 얽매이지 않고 창업과 문화예술 활동에 도전하도록 지원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선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기본권을 충족시킬 정도의 분배가 필요한 시점이다. 빈자가 인간답게 살 권리가 보장된다면 빈부격차도 이해될 수 있다.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 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갈등 해결은 사회 발전을 가져온다. 그러나 생존을 둘러싼 갈등은 다르다. 사회의 진보보단 분열을 초래한다. 그러한 갈등은 신속히 해결돼야 한다. 작은 변화에도 큰 충격을 받는 것이 약자들이다. 거대한 변화에 발맞춰 그들의 생존권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 권력 다툼은 그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