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왔다.
내가 참 사랑하는 형이 제주도에 왔다. 성산과 우도와 중문과 나를 보러 기꺼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 오후에 도착할 형을 만나러 공항에 가는 길. 바람이 거세다. 제주에도 제법 겨울이 가까워 온다. 친형제가 아니라 피 아닌 의로 만난 형이 제주에 오니 거센 바람이 찾는 오늘의 제주도 좋다.
육지에 두고 온 인연들이 문득 멀어짐을 느낄 때. 소중했던 사람들이 조금은 덜 소중해질 때. 카톡 대화방에서 내가 모르는 얘기들을 주고받을 때. 그리고 그 대화의 내용들이 전혀 궁금하지 않을 때. 두 달은 그런 시간이고. 나는 그런 시간을 지나고 있고. 그럴 때 마침 형이 왔다. 나를 보러 왔다. 육지에 두고 온 인연이 섬에 찾아왔다. 그것으로 나는 인연의 끈을 조이고 다잡는다. 바다를 두고 멀고 먼 섬과 육지의 거리에서 튼튼하게 붙잡고 있어야 오래도록 끊어지지 않을 인연이다. 그러고 싶은 인연이다.
여행지에서 만드는 기억은 특별하다. 얼마나 오래 기억될 지 알 수 없지만, 되도록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추억이 된다. 형이 다녀간 짧은 며칠이 분명 추억이 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공항에서 만났고, 차를 빌려 제주도 여기저기를 구경 다녔고, 여러 숙소를 다니며 놀고 술을 마셨고, 다음날엔 맛있는 국물로 해장을 했다. 그렇게 3일은 금방 가고 네번째 날이 왔다. 이별의 날이다.
섬에서 귤을 파는 동생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육지의 은행에 다니는 형은 떠났다. 짧은 시간 모든 순간이 추억이 되길, 그 추억이 인연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길, 어쩌면 형이 탔을지도 모를 비행기를 보며, 잠시 바랐다. 어쩌면 육지에 두고 온 모든 인연에게 바치는 작은 기도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