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암이라는 가슴 철렁하던 소식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신기한 건 어두운 드라마만 가득할 것 같던 시간들 속에서도 너무나도 사소하고 작은 일상들은 매일같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빠 옆에서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생각만 해도 눈물부터 쏟아지는 사이로 일상적 풋웃음이 날 때도 있었다. 아빠의 작은 것 하나도 걱정이다가도, 아빠의 계속되는 짜증에는 지치기도 했다. 이 모든 걸 견디는 아빠가 제일 걱정이다가도, 그걸 견디는 엄마가, 내가 더 걱정일 때도 있었다.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모든 우선순위를 바꾸며 살다가도 다 모른 척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웃어도 되나, 먹어도 되나, 자도 되나, 편해도 되나,
슬퍼도 되나, 절망해도 되나, 분노해도 되나, 그래도 되나
대부분의 의심과 생각과 피로와, 잠깐의 행복과 안도가 잡탕이 되는, 많은 것들이 바뀌고 바뀐 길고 짧은 순간들. 그 속에서 우리는 잘 버티고 있을 거란 희망적 의심을 가지고 산다. 아빠와 우리의 짧고 긴 시간들 속에서. 그래도 되나, 그래도 된다. 그래도 되는 짧디 짧은 시간이 좀 더 길기만을 바란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