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가장 야속한 의사 1

큰 병원은 다 그런가 했다

by 모구차

일단 금식을 해보자고 말한 지 일주일이 넘어갈 즈음이었다. 지난해 추석명절은 여러 가지 휴일들이 겹쳐 거의 10일에 가까운 휴일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를 모두 반겼을 터, 나 역시도 그랬을 테다. 아빠와 우리 가족에겐 아니었다. 추석 전 설사와 복통이 심해 내원하던 병원에 입원한 아빠는 CT와 몇 가지 검사 후 주치의의 금식조치에 일주일째 굶고 있었다. 긴 연휴 탓에 의사나 간호사가 없는데 식사를 하다가 탈이 났을 때 대응이 어려울 까봐 금식을 시키는 것 같긴 했다. 하지 않아도 될 금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한 걱정이겠지, 의료적 조치이겠지 하며, 매일같이 배가 너무 고프다는 아빠를, 하루하루 살이 숭텅숭텅 빠져나가는 아빠를 달래고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평일. 회진을 온 의사는 우리 얼굴은, 환자얼굴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간호사에게서 지난 일주일간의 내용에 대한 설명만 들었다. 사실 별 내용은 없었다. 검사 후 금식만 일주일이상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의사는 우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캔서 컨펌이 안되니 팔로업을 하며 에스컬레이트하자고 간호사에게 말하더니 쌩하니 병실을 나갔다. 일주일을 굶으며 기다렸는데, 1분이 채 안 걸렸다. 눈을 마주친 건 1초도 되지 않았다.


못 알아듣지도 않았다. 내가 영어를 갑자기 잘하나 할 정도의 기초적인 단어들이었다. 암일 수도 있다는 건 이미 듣긴 했었다. 내가 알아들은 기초적인 영어들 때문에 더더욱 의사의 소통방식은 너무나도 어이없었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엄마는 더 화가 난 듯했다. 아빠는 힘이 없어서인지 아무 말이 없었다. 이후로도 며칠간 비슷한 소통은 몇 차례 더 이어졌다. 계속해서 검사만을 권했다. 동일한 검사도 수차례 했다. 확실한 설명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계속 똑같은 기초적인 영어들이 1분도 안되어 공기 중에 사라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다 이런 것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암환자 가족이(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식적이진 않았지만) 처음 되어 보니 다 이렇게 서럽고 답답하고 그런가 보다 했다. 아빠는 계속 금식 중이었고 하루하루 더 말라갔다. 그런가 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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