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을 잡힌 적이 있는 의사라고 했다. 4인실 병실이었던 그곳에서 명절 내 굶기만 하는 아빠에게 좀만 더 참으시라, 힘내시라고도 얘기를 해주던 환자였다. 원래 안 해도 되는 검사에, 진단을 끌면서 입원일수를 늘리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병원비만 배 불리는데 도사인 사람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암진단을 늦추고 늦추다가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에게 멱살을 잡힌 적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답답한 환자들이 하는 말이겠거니 했다. 바쁜 병원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게 맞고, 약자인 우리가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옆의 환자가 하는 말은 그냥 부풀려 말하는 답답한 시장저잣거리 루머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빠도 가족들을 다독이며 기다려보자고 하던 터였다. 병원의 절차라는 건, 의사소통이라는 건 다급한 환자마음 같지 않을 수 있다고 서로를 다독였다. 어디까지가 절차이고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환자들이 제일 답답한 게 이것이리라) 그러자고 했고, 우리도 동의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나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오빠는 없는 인맥, 있는 인맥을 동원해 친분이 있던 같은 진료과목 교수님께 어렵게 전화를 했다.
"OO 씨, 많이 힘드시겠어요, 보통 병원에서 절차가 비슷하긴 합니다......... 네? □□□의사라고요? OO 씨 당장 퇴원수속하고 저희 병원으로 오세요. 거기 있으시면 안 됩니다."
아빠는 기력이 한층 쇠한 채로 부랴부랴 전원을 했다. 짧은 영어만 바람같이 흘리던 그 의사는 유명한 의사가 맞았다. 아니, 악명 높은 의사가 맞았다. 진단을 끌며 입원일수만 늘리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로 병원을 배 불리는 의사였다. 전원 해간 병원에서는 지난 병원에서 무슨 검사를 이렇게 많이 하셨냐고 했다. 정작 필요한 검사는 왜 안 하셨냐고 했다. 왜 금식을 하셨냐고 했다. 금식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력이 없어 체력을 한시라도 보충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했다. 더 잘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전문의, 교수도 아니었다. 암을 판단, 검사, 진단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옮겨간 병원에서 입원을 하며 잰 아빠의 몸무게는 50킬로그램대였다. 아직도 아빠는 암환자이지도 아니지도 않은, 암환자일지도 모르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