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연말평가를 받았다. 여러 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이직 1년 차에 드라마틱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냥저냥인 숫자를 보니 좀 맥이 탁 풀렸다. 매니저는 숫자는 중도입사자라 그런 것뿐이고 이와 무관하게 너무 잘하고 있고, 리더십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때 매니저의 입장에서 같은 말을 해봤기에 대충 걸러 들었다. 다시 평가받는 입장이 되니 정성적 평가보다는 정량적인 평가가 못 받은 게 아쉬웠다.
최근 티브이에서 비슷한 나이의 직업인들을 보며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다. 비슷한 나이의 셰프가 번듯한 레스토랑을 진두지휘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은 손님들에게 찬사를 받는 장면. 또 비슷한 나이의 야구선수가 은퇴 후 코치로 새 출발 하며 나온 인터뷰. 둘 다 멋져 보였다.
문득 이 두 가지가 믹스되면서, 왜곡된 정보가 취합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나에 대해서는 잘 안되고 실망스러운 부분에 집중하면서, 티브이에 나온 타인은 그들의 희로애락 중 희만을 보여줄 뿐인데 이것을 그저 부러워하다니.
나에게도 잘되고 있는 일들, 잘 살고 있는 점은 더없이 많다.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고, 외국계 큰 회사에서 큰 탈없이 (정성적 인정이나) 잘 다니고 있는 점.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들, 친구들.
티브이 속 그들에게도 근심, 걱정, 애로사항은 수없이 많을 테다. 티브이밖 현실에서 희로애락의 로와 애로 가득 찬 삶을 그저 꾸역꾸역 버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우리는 그저 아주아주 단편적인 일상을 잠시 본 것뿐이다.
왼쪽도 보고 오른쪽도 보고, 위도 보고 아래도 보고, 과거와 현재도 보고, 나도 남도 두루두루 생각을 뻗어보자. 왜곡된 생각으로 나에게 낙담하거나, 남의 부러워했던 게 머쓱해 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남을 나처럼 나를 남처럼 생각하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