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풋 아침잠이 깼는데 오늘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 불현듯 떠올라 완전히 잠이 깨버렸다. 야근을 무조건 해야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에 더불어 모든 데드라인이 촉박했다. 벌벌 떨리는 느낌이 짜증과 함께 몰려왔다. 더 큰 짜증과 피곤을 방지하러 부랴부랴 시간을 쪼개 러닝을 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역시 불안과 공포(?)와 짜증은 계속되었다. 러닝 후 돌아와 머리를 감으며 계속 일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아우, 아우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드라이기를 들고 머리를 말리기 시작할 즈음 문득 깨달았다. 아, 어제까지도 아팠던 목이 오늘 안 아프구나. 머리를 감거나 세수를 할 때도 계속 아파서 며칠간 엉거주춤한 자세로 불편하게 지내왔던 터였다. 그런데 오늘 통증이 없었다. 통증 때문에 그동안은 아무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통증이 없어지니 그 자리에 일걱정과 스트레스와 짜증이 들어와 있는 거였다.
허, 하고 헛웃음이 났다. 얼마나 바보 같은지. 몸이 아플 때는 아무 생각도 못하다가, 그게 좋아진 상황을 누리지는 못할 망정 새로운 걱정을 다시 끌고 오다니. 아프면 아픈 대로 안 아프면 안 아픈 대로 걱정과 스트레스를 찾아낸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 러닝 때도 비슷했다. 난 인터벌로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는데, 달리고 있으면 얼른 걷기 구간이 나왔으면 생각뿐이었고, 걷는 중에는 이런저런 잡생각들이었다.
바보같이 근심, 걱정, 스트레스, 고통에 일희일비하며 스스로 고통스러워하기 바쁘네, 스스로 고통에만 집중하느라 좋아진 것 좋은 것에 제대로 집중할 줄 모르네,라는 생각에 다다를 즈음 젖은 머리는 산뜻하게 말랐다. 머쓱하게 드라이기를 정리하고 욕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