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 분노, 재미

by 모구차

일본인은 심각하고, 한국인은 화를 내고, 미국인은 웃는다.


연차가 쌓이고 여러 회사를 다녀보니 한국, 일본, 미국 국적을 가진 동료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다. 커리어 초반에는 일본, 중반기는 한국, 지금은 외국계다 보니 미국, 정확히 얘기해서는 서양권과 협업이 많다.


재밌는 건 비슷한 사안이나 상황에 대한 태도가 참 다르다는 거다. 일을 하다 보면 '이슈'라고 부르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그리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생기는데 이 이슈에 대한 태도가 참 달랐다. 내가 접한 몇몇 사람과 상황을 가지고 그 나라전체에 대한 일반화를 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라별 특징이 있었다.


우선 일본인은 심각하다. 가끔은 이슈가 아니라 사소한 질문을 한 것에도 심각하다. 체계화된 시스템과 룰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일까. 이슈처럼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보통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보통은 시간을 들여 확인한 뒤 자세한 사유와 해결책 등을 동반한 회신이 오는 것이 대반사였다. 그리고 보통은 이슈가 해결되면 이에 대한 개선이 반영된 새로운 룰을 누구보다 잘 준수했다.


한국인은 보통 화를 낸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일을 그르친 나와 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도 화를 내고, 그 주체가 타인이라면 더 불같이 화를 낸다. 조직 간의 미묘한 대립으로 발생한 일이라면 더더욱 불같이 화를 낸다. 화로 촉발되어서일까 불같이 달려들어서 이유를 찾고 해결하긴 한다. 대부분 네가 잘못했네 내가 잘했네를 명쾌하게 가르고 싶어서라고 본다. 여하튼 불같이 해결한다. 모두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지만 말이다. 때론 시원하다는 생각은 든다. 모든 감정을 다 쏟아내니.


미국인은 웃는다. 한국인들이 첨예한 신경전에 날을 세우던 일이 있었는데 내 미국인 동료는 딱 한마디 했다. 인터레스팅. 흥미롭군, 재밌네 쯤 되겠다. 본인이 얽혀있는 사안인데도 그랬다. 벌어진 이슈도, 한국인들의 왕왕거림도 다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나중에서야 이게 비꼬는 그 무엇도 아니고 실제 하나하나의 안건들을 회사와 계약된 나의 일거리 중 하나의 퀘스트처럼 생각한다는 게, 그래서 흥미로운 하나의 일이라는 게 조금은 이해가 갈듯 말듯 했다. 재밌다고 생각했다. 인터레스팅.


일본, 미국, 한국 주절주절 다름을 적어보는 건 다름 아닌 요즈음의 나에게 말하는 주문이다. 심각하지도 말고, 분노하지도 말고, 그저 흥미롭게 생각할 것. 요즈음 과도하게 심각하거나 화가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다. 일주일만 지나도 기억도 나지 않을 '이슈'에 일희일비 그만하자는 생각. 그저 매사에 담백하게 읊조리자. 인터레스팅,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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