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누르신 분!!!
공격적인 존대와 포악스런 존칭
퇴근길이었다. 하차지보다 한 정거장 앞에 벨을 잘못누른 사람이 있었다. 문이 열렸음에도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때였다.
- 안 내리세요!!!!!
- 벨 누르신 분!!!!!
기사님은 너무나도 공격적인 어투로 그 사람을, 아니 버스안의 모든 사람을 다그쳤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했다.
문이 닫히고, 출발한지 5초정도 지났을까, 다시 벨이 눌러졌다. 그 사람이리라.
- 이번에는 내리실거에요!!!!!
다시금 극도의 분노가 느껴지는, 그리고 비꼬움이 버스전체로 퍼졌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어르신 몇분이 아니 왜 대답을 안한대 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괜히 콩닥거렸다. 어쩐지 거친 운전도 신경이 쓰였다. 빨리 내리고 싶었다. 짜증, 분노를 넘어서는 공포의 감정이 그새 물들었다. 2~3정거장이 지나 내가 내릴 정류소가 되자 부리나케 내렸다.
혹시나 개인적인 일에서의 화나 분노를 일터까지 가지고 오셨다면, 그 분노를 가지고도 일터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면 그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혹시나 아무런 자극이 없었음에도, 정말 이것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게 되신거라면, 이 또한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사소한 것에도 분노하게 되었는가. 급발진, 폭주라는 말이 왜 이리도 일상속에 침투하였는가.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도, 탄 사람도, 내린 사람도 모두가 기분이 언짢아진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