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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차 Nov 14. 2024

‘경영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

습관적 위기를 외치는 조직에서의, 공허한 경영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저속노화’로 유명한 교수님이 한 유튜브에 나와 저속노화라는 말이 상업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저속노화는 삶의 전반에 걸친 몸과 마음의 연결된 도메인의 건강한 개선을 위한 아주 지루하고도 성실한 삶의 습관 개조에 가까운 활동인데, 이 단어자체가 화제가 되다 보니, 웰빙, 해독 같은 자본주의적 키워드로, 이미지로만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뭔가를 홍보하는, 마케팅하는 문구로 뜬금없이 이것만 하면 ‘저속노화가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슷하게 경영기획관리를 하면서 보면, 실제는 매우 건강한 단어인 ‘경영’, ‘혁신’ 등의 단어가 단지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고, 보고 있다. 경영의 사전적 의미에는 ‘기초를 닦고 계획을 세워 어떤 일을 해나감‘이라는 뜻이,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 들어있다. 이 둘이 만약 합쳐진다면 기초를 닦고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일을 계획을 세워 진행함이 될 테다. 그런데 지난날과 지금 현재의 주위를 둘러보면 이러한 경영혁신은 그저 조직과 부서의 작명에만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혁신팀, 경영혁신실, 경영혁신 TF와 같은 조직이 상시적으로 있거나, 불시에 생겼다가 없어진다. 대부분이 실제는 경영을 건드릴 수 없는 이들이 모여 혁신을 잠시 외치다가 용두사미가 된 채로 끝나거나, 경영과 혁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 경영혁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잔뜩 쓰고 끝이 난다. 그래서 알만한 회사는 조직명에 ’경영‘, ’혁신‘, ’기획‘, ’전략‘ 이런 단어를 넣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회사도 있다. 그 부서는, 그 조직은 그걸 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저긴 뭐 하는데야,는 질문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경영과 혁신은 그 사전적 정의처럼 쉽지 않은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경영의 혁신은 사실 경영을 하는 쪽에서 실행해야 한다. 경영을 논할 수 없는 실무부서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제시할 수는 있겠으나, 그 마저도 탁상공론일 수 있다. 실제 경영자, CEO가 어떤 입장과 상황이 되어서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할지, 오너가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혁신은 오너가, 경영자가 주도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을 추진하는 속도와 추진력도, 혁신에 반대하는, 미온적인 여러 방해요소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혁신팀을 만들고, 쇄신 TF를 만드는 것만으로 혁신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 안 된다. 그건 그냥 비싼 A4용지 몇십 장 분량의 보고서를 손에 쥔 것이다. 마음의 위안이다. 헬스장을 등록만 하면 다이어트가 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삼성위기론이 한동안 계속해서 화제였다. 사실 어느 회사나 언제나 위기와 비상을 외친다. 나만 해도 경영기획을 한 근 10년간 저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해가 없고, 거의 대부분의 해에 비상경영플랜, 컨틴전시 플랜 따위를 작성했다. 알만한 직원들은 위기와 비상을 들은 조직원들은 더 이상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이를 말하는 경영자나 임원들이 단순한 겁주기에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나른한 외침인 것이다. 알지? 비상인거? 지금 회사 위기야~ 점심 어디 갈까? 수준이다. 진정으로 다음날의, 오늘의 매출을 걱정하며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함을 느껴보지 않은 이들의 공허하고 나른한 비상, 위기론을 들을 때마다 회사가 얼마나 이 사태를 진정성 있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생긴다.


위기를 말하는 삼성은 경영혁신실을 신설했다고 한다. 또 다른 위기라 불리는 카카오는 경영쇄신위원회를 만들었다. 절박한 혁신의 의사 없이, 단지 경영혁신의 이미지를 재탕, 삼탕 하듯 소비하고 있는 거라면, 습관적으로 위기를 외친 그들에게 남아있는 ‘끗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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