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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구차 Nov 08. 2024

실수와 잘못을 드러낼 수 있는가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약점을 드러냈 수 있느냐는, 그 사람이, 그 조직이 쌓아온 기반에 의거한다. 실수와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많은 잘 해낸 경험, 탄탄한 역량이 전반에 깔려있을 때, 그 사람은 실수를 인정할 용기가 생기고 잘못을 드러내 해결할 기회를 얻는다. 그렇다 보니 그 반대의 경우, 즉 기존이 이미 부실한 사람일수록 실수와 잘못, 약점이 생길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짐에도, 그는 인정할 수가 없다. 자신의 부실한 레퍼런스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길까 봐, 핏대를 세우고 우기기 시작한다. 아니면 문제를 무시하고 방치하고 숨긴다. 그렇게 작게는 개인의 안 좋은 레퍼런스가 또 쌓이거나, 조직이 휘청하는 큰 사단의 시발점을 만든다.


언젠가 외부로 나가야 하는, 고객과도 일부 연관된 내용이 잘못 나간 케이스를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나는 직접적인 업무담당자는 아니었으나, 전체 진행상황을 볼 수 있었다. 내용이 오픈되고 아주 초기에 그 업무 담당자는 본인의 실수를 인지했고, 그때 그는 그 즉시, 제가 잘못 셋팅한 값이 나간 것 같아요, 하고 직속상사와 관련업무담당자 모두에게 공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도가 커질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그가 너무나도 담백하게 실수를 인정했기 때문에, 곧바로 해당 이슈를 해결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방이 꾸려졌다. 그 누구도 화를 내거나 짜증, 불만을 내지 않고, 그럴 수도 있다며 담당자를 격려하고, 내가 뭘 하면 될까요라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모든 영향도를 파악하고 수습해야 하는 부분, 각자의 역할을 모두 확인하고, 그날 안에 모든 이슈는 해소되었다.


어느 날 평소 업무로 연관이 있던 한 팀장님이 티타임이 가능하겠냐고 물어왔다. 상의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가 어떤 얘기를 할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당시 그가 속한 프로젝트는 그를 포함 주요 부서 두 군데에서 매 안건 의견충돌이 심했고, 이것은 원만히 해결되기는커녕 서로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그가 상의라는 이름으로 털어놓은 하소연은 이랬다. 상대팀이 너무 억지를 부린다는 것. 그래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 상대팀의 팀장님과도 바로 직전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었다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는 회사에서는 물론, 업계 내에서도 레퍼런스가 없는 업무라 시행착오나, 오류가 태생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고, 이를 잘 메꿔가면서 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마침 두 사람 모두 스스로의 약점이나, 실수, 오류를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개인 간의 이슈로 끝내지도 못하고 일을 벌인 채 종료되었다.


문제를 숨기려 하고 내가 못하는 것을 감추기만 할 때 이슈가 더 커진다는 걸, 일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 아니, 일을 ‘잘’ 해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에 반해 자신의 역량코어가 없고, 일에서의 성공경험이 적은 사람일수록 매사에 불안하다. 이 실수를, 내 약점을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긴다. 자꾸 숨긴다. 이것이 드러나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또다시 잘못을 바로잡을 약점을 보완할 기회를 잃는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물론 실수를 드러내고 바로잡을 수 있음은 개인의 역량만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조직의 문화나 당시 상황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조직과 상황적 여건이 마련되었을 때 나는 스스럼없이 내 약점을 실수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인가? 반대로 조직원들이 자신의 잘못, 이슈를 빠르게 수면 위로 올릴 수 있는 문화가 우리 조직에 있는가? 그 사람, 그 조직이 탄탄한지는 실수와 잘못과 약점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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