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두 번 봤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떨어지는 게 이상하다, 누구나 붙을 수 있다로 정평이 나있는 시험이다. 오래전이라 얼마나 공부했는지 모르겠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당연한 상식들이 생전 처음 보는 이에게는 죄다 외워야 하는 것들이었는데, 쉽지만은 않은데, 그래서 그럴까. 첫 시험에 70점을 넘지 못했다.(변명을 좀 하자면 난 1종시험에 응시해서 70점을 넘어야 했고, 2종을 응시하면 60점을 넘으면 되었는데 그 수준이었다.) 그때까지의 다른 시험들은 곧잘 치러내었기 때문에,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나의 불합격을 즐거워(?) 했고, 실컷 놀림을 받았다. 나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지만, 살짝 부끄러웠다. 잠시 그러다가 두 번째 시험에 합격해서 이 일은 나에게서 잠시 잊혀졌다.
최근 업무와 관련있는 너무 넓지도 얕지도 않은 범위의 자격증 시험을 응시했는데 불합격했다. 출퇴근을 하면서 제법 준비를 틈틈이 잘했다고 생각했고, 시험당일에도 문제를 풀며, 음 이 정도면 합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으레 수험카페커뮤니티 같은 데서 당일에 올라오는 가안으로 가채점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이미 끝났는데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점수를 기다리는 약 한 달 정도 시간 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시험에 합격했다고 생각했다. 점수가 나오는 당일 득달같이 점수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느긋하게 점수를 확인하러 사이트에 접속하니, 불합격. 너무 어이없고 민망해서 등줄기에 땀이 나는 듯했다. 점수확인하는 나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고, 시험을 치르는 걸 아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혼자서 괜히 민망했다. 부끄러웠다. 불합격한 사실도, 합격할 거라고 너무 확신한 나 자신도.
무언가를 몰라서 혹은 실패해서, 부끄럽고 등줄기에 땀이 날 때가 있다. 회사에서도 제법 많이 일어난다. 신입시절에는 매일같이(매시, 매분같이) 일어나고, 연차가 생겼다고 해도 새로운 것에 늘 적응을 해야 하는 요즘은 이런 것이 없어지지 않는다. 모르는 건 항상 있고, 새로운 것도 항상 있고, 이를 능숙하게 잘 해내지 못할 때도 있다.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부끄럽다. 민망하다. 어색하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 주위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더 부끄럽다. 더 민망하다. 더 어색하다. 그런데, 그다음 행동이 중요하다. 그 행동으로 갈림길이 생긴다. 부끄러웠던 민망했던 걸 알고, 해결하고, 성공하고 넘어가는 이와, 그냥 그대로 민망한 웃음만으로 때우고 넘어가는 이. 전자의 사람은 계속해서 성장한다. 단기적인 등줄기의 땀은 그도 모르는 사이에 굳건한 실력이 되어있다. 후자의 사람은 계속해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 가지고 있던 재능마저 빛을 다하기 시작한다. 관성만, 요령만 생긴다. 부끄러운 부분을, 모르는 부분을, 실패한 부분을 숨기는 데만 탁월한 이가 된다.
부끄럽고 등줄기에 땀이 날 때 한 단계씩 성장한다. 이 글은 불합격한 그 시험을 다시 응시할 나에게 하는 고백과 선언이다. 나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아, 근데 지금도 생각하면 왠지 부끄럽다. 하하하.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