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가 되면 진짜 어른이 될 줄 알았다.
물질적인 풍요는 이번 생은 글렀단 게 확실한 거라 미련도 없다. 다만 정신적으로는 차고 넘치게 풍요로워져서 너그럽고 우아한 언행에 지혜와 덕이 쌓인 40대를 상상했더랬다. 대단한 오만이자 착각이었지만.
이젠 어지간하면 넘어갔던 것들도 꼴 보기가 싫다. 일단 나와 다른 의견은 듣기 싫고, 읽기 싫다. 그래, 우리 인연은 여기까진가 보오 그런다. 그렇게 원래 몇 없던 친구가 줄었다. 좋아하던 작가도 여럿 끊었다. 고집인지 아집인지 모를 것들이 맘 속에 켜켜이 쌓여가고 적당한 눈치와 처세가 자리를 잡는다. 나뿐 아니라 주변 사십 대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더라.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지도.
오히려 이십 대 때가 더 투명하고 너그러웠던 것 같다. 뭐든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여유가 있었던 걸까. 마음 넓이로 따지면 그때가 더 어른이었네.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면 어른 된다더니 나의 어른은 어디에?
청춘은 사그라들고 남은 것은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긴긴 겨울밤.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았던 시절이 그립다. 싫어하는 것들로만 가득 차는 인생은 진짜 싫은데 일단 싫어하는 것들 목록에 근래 내린 폭설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