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미니

by 정짜이

스무 살부터 친구인 대학 동기 미니.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다른데 그래도 이십육 년을 친구로 지내왔다. 일 년에 한 번도 만나기 힘들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은 통화를 하고 이삼일에 한 번씩 카톡을 주고받기 때문에 서로의 일상에 깊이 있게 참견한다. 가진 것은 없지만 주는 것에는 후해서 경조사가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많은 것을 보내준다. 커피 쿠폰은 물론이고 제철 음식부터 제철이불까지. 놀러 간다고 하면 가서 맛난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보내주고 큰 병원 가는데 혼자 가야 한다고 하면 택시 타고 가라며 택시비를 보내주는 친구.

​몇 년 전부터 미니와 한 달에 얼마씩 돈을 모았다. 얼마까지만 모이면 여행을 가자! 그리고 이제야 다녀왔다. 미니는 일곱 번째쯤 되고 나는 두 번째인 후쿠오카.

​맛있는 거나 실컷 먹자고 떠난 여행이었다. 쇼핑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어서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뭐 하나 산 것도 없다. 다이소에서 둘이 합쳐 고작 만 원 쓰고 좋다고 깔깔대던 우리. 공원도 걷고 맛집도 갔지만 어디에든 마냥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 서로의 사돈의 팔촌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시간이 다 갔다. 쉴 새 없이 먹자 다짐하고 갔지만 나의 과민한 장과 저질 체력 탓에 미니가 먹여주려고 계획한 것에 3분의 1 정도밖에 못 먹었다.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와 평소에 불면증으로 잠을 자네 못 자네 말했던 것이 무색하도록 쿨쿨 너무나 편안하게 숙면을 취한 나. 미니, 네 옆이어서 그랬나 봐.

​이 친구에게는 마냥 구박을 맞아도 괜찮고 낯부끄러운 말을 들어도 좋다. 못할 말도 숨길 것도 없다. 좋은 일 기쁜 일은 물론이고 남루하고 내밀한 이야기도 꾸밈없이 나눈다. 누군가를 깊게, 오래 좋아하는 마음 안에는 존경하는 마음이 포함된다. 미니는 나에게 그런 존재. 문창과 졸업 후 가장 먼저 취직을 해서 잡지사 기자로 야무지게 살다가 지금은 어린이집 교사로 더 야무지게 사는 친구. 일하면서 누구의 도움 없이 어린 세 아들을 키워냈고 연하의 남편과 아직도 열렬히 사랑하며 지낸다.

미니가 사랑받고 사랑하며 충만하게 사는 것을 보면 꼭 친정언니나 동생을 보는 것 마냥 덩달아 좋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지쳐 널부러져 있던 나를 보고 혀를 차더니 편의점에서 맛있는 과자들을 잔뜩 골라 내 가방에 챙겨주던 미니. 공항버스 타는 것 까지 보고 돌아서던 모습에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그래, 우리는 젊은 날의 소원하던 모든 것들을 다 이루지는 못했지. 하지만 이루지 못해 남겨둔 잔상들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아요. 미니와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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