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시즌과 비시즌이 있을까?

아무때나 남한강 자전거길 달리기

by 글담연

야외 활동의 숙명




어떤 것을 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있다. 성수기. 시즌, 피크타임. 사람들이 몰려들고 복잡하다.

어떤 것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시기가 있다. 비수기, 비시즌, 사람들이 거의 없고 한산하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한다면, 시즌과 비시즌 중 언제로 선택해야할까?




따릉따릉~~ 출근하면 보이는 라이더의 흐름




작년 이른봄부터 여름까지, 한강 옆에 직장으로 옮긴 후 따릉이로 출퇴근을 곧잘하다보니 날마다 타는 습관이 붙었다. 자전거헬맷과 장갑, 고글이 든 에코백은 출근룩의 완성이었다. 비내리거나, 홍수로 범람한 경우를 제외하고 출근길 따릉이를 이용했다.(작년에 비오는 날을 대비하여 튼튼한 우비를 샀다)


3월 춥고 쌀쌀한 아침 출근 길엔 백팩을 메거나 가방을 바구니에 담은 통근 라이더들을 더러 보았다. 손시렵고 눈시려운 바랍도 마다않고 달리는 모습에 경탄스럽다. 그렇게 한 주 두 주 지나서 봄을 맞은 식물들이 잎과 꽃을 피워내고 바람이 연해지면 라이더들이 늘어난다.


날이 정말 좋은 4월-5월에는 붐비기도 한다. 특히 퇴근 무렵에는 자전거를 대여할 수가 없다. 모든 자전거들이 한강으로 이미 돌아다니고 있기에. 그렇게 꾸준히 타다보면 자전거가 야외활동인지라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이용객의 수가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더우면 땀나고, 해가 나면 땀난다. 추우면 장갑을 껴도 손시렵고 그렇다고 두껍게 입으면 땀난다. 여름과 겨울은 비시즌, 혹은 비수기. 아무튼 자전거길이 아름답고, 자전거를 탈 때 땀이 덜 나는 시기면 성수기 혹은 시즌이라 할 수 있다.



8월, 뙤약볕, 2시-5시 사이는 그야말로 자전거길이 한가한 시간대이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시간이 아니다. 8월의 하루 쉬는 평일날, 한낮에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렸다. 8월 무더위, 뙤약볕이 상당구간 있는 한강 자전거 종주길이기에 사람들이 적었다. 일부러 선택한 날과 시간은 아니었다. 그냥 그날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많이 더웠기 때문에 내 옆으로 속도를 내며 달리는 라이더들은 지나가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 구간을 나 혼자 달렸다.




성수기와 비수기 여행에 빗대기




성수기에 관광을 가면 가격도 비싸고 사람들도 많다. 어딜가나 인파가 몰려들어 사진 하나 찍으려해도 쉽지 않다. 그러나 비수기에 관광을 하러 가면 가격은 싸지만 사람들도 적다. 예전엔 가격하나만 보고 관광의 시기를 결정했다. 비수기에 여행을 갔다. 겨울에 간 경주, 겨울에 간 파리와 로마 여행, 여름에 간 도쿄 여행. 무엇을 봤을까? 본 것은 많이 없었다. 당시엔 총 경비가 저렴하니 돈이 별로 없는 사회초년생 시절이라 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비수기엔 해가 빨리 지고, 내가 먹으려 했던 상점들은 일찍 문을 닫거나 휴가였고, 회색빛 픙광은 볼 거리가 별로 없었으며 추워서 실내를 찾아다녔다.



나중에 좀더 비싼 값을 치르고 성수기에 한번 갔다와 보고는 왜 사람들이 몰리는지 알게 되었다. 그냥 풀밭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호수 앞에 앉아만 있어도 자연의 볼거리가 풍성하고, 그뿐 아니라 도보로 다니기 쾌적했다. 해가 늦게까지 있으니 하루가 길었다. 왜 사람들이 그 시기에 가고 싶어하는지, 그 값을 치르고라도 몰려들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면 성수기(시즌), 없으면 비수기(비시즌).




자전거 성수기 옹호론


나는 성수기에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왠만하면 북적거리는 속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비수기에 길을 나서보면 왜 성수기에 가야하는지, 왜 경비가 올라가더라도, 좀 북적거려도 ‘사람들이 몰리는 그 시기‘ 가야하는지 납득이 된다.


지나가는 사람도 정보 제공자


비수기, 오후 1시, 웬만하면 출발하지 않는 시간 대에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렸다. 집에서 10시쯤 출발했는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니 남한강 출발지점인 팔당역에 도착해보니 1시였다. 점심을 먹고 출발해야해서 1시40분에 국수역 근처에서 식당을 찾았다. 식당 찾기가 어려웠다. 빨리 출발해야했기에 편의점에서 냉장고 매대에 있던 김밥과 사발면, 얼음컵에 커피 한잔을 샀다. 편의점 밖에 의자와 식탁이 마련되어 있기에 흙먼지 날리는 옆 도로를 바라보며, 맴맴 귓가에 시끄럽게 울리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점심을 얼른 때웠다.


가게 안에 들어와서 분리수거를 하려다보니, 아까 가게를 들어오실 때 나를 흘긋보던 연세 있으신 손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에이그, 안에 들어와서 먹지. 그렇게 뜨거운 데서 드시나.” 하며 안타까워 하셨다. 안에 에어컨 바람 쐬면서 먹는 자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굉장히 길죽한 구조의 편의점이었다. 그런데 구석쪽에 보니 자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눈앞에 있는 곳이 전부라 여기며 그냥 밖에 마련된 편의점용 테이블에 앉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서 웅성웅성 소리나는 곳이 있었다면 알았을 텐데 말이다. 정보가 없으면 지나가는 라이더들이 몰려있는 곳을 찾으면 될텐데 그것도 하지 못했다.



같이 달리는 라이더들이 주는 든든함


처음에 나 혼자 달리는 한적함은 매력이었다. 내 옆을 추월하는 자전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내 속도로 달리면서, 때로는 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원래 예정은 1시부터 7시까지 딱 6시간 정도면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온 거였는데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자전거 길은 후에는 지루해지기도 했다. 누군가 같이 달리면 이 길이 자전거 길인지 알 수 있어서 좋은데 말이다. 점점 느려지는 페달질과 여유를 부렸다가는 해가져서 지도 보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부담감에 시간 맞춰 도착하기 위해 시속 계산을 하며 달렸다.



몸이 말해주는 신호


뙤약볕에 달리다보니 얼음물을 사서 보충해가며 계속 마셨다. 달리는 만큼 땀은 계속 흘러내렸다. 바람은 끈적끈적 더웠다. 이열치열로 간 거기 때문에 땀은 불쾌하지 않았으나 물을 계속 마시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가을, 겨울엔 솔직히 비슷하게 달려도 땀이 잘 나지 않아 물을 잘 안 마시는데 여름에 주행중에는 물을 몇 번이나 보충해줘야 한다. 그것도 얼음물이어야 뜨거운 갈증을 해갈해줄 수 있다. 얼음물 맛을 한번 보니 편의점 볼때마다 얼음컵을 사서 보충하는 것도 일이 되었다. 몇시간이고 달리느라 뜨거워진 몸이 갈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계속 물로 식혀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무시했다가는…




여름 한 낮 자전거 타기를 마무리 하며…


실제로 스탬프 찍고, 중간에 헤매고,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천천히 달린 구간이 있기에, 끌바도 있었기에 시간이 정확히 맞지는 않았다. 더 늘어졌다. 마지막 스탬프 찍는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7시 30분이었다. 해지는 시간이 7시 40분이니 다행히 해가 떠있는 동안 마무리했다고 좋아했지만,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때 스탬프를 찍고 돌아가는 길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어둠은 금방 내린다.



이천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깜깜해져 있었다. 초행길이라 지도를 보면서 겨우겨우 이천역을 찾아갔다. 지도상으로는 얼마 안 걸리는 거리였지만, 헤매다 보니 예상보다 늦어졌다. 무사히 경강선을 타고, 평일에도 휴대가 가능한 전철과 고속열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집에 와서 자전거 인증 수첩을 보니, 마지막 지점에서 어플로는 인증했지만, 도장을 안 찍었다. 아뿔싸! 어두워지기 돌아갈 마음이 급했구나!


또다시 찾아가야겠다 싶었다. 스탬프를 안 찍은 게 영 아쉬워서 또 다시 남한강 길을 갈 생각을 품고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60킬로미터를 달려서 아픈 다리를 어루만지며.


2024.8. 비시즌 자전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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