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이번 봄에는 자전거 타고 어디를 달릴까?
"한파가 꺾였나보다."
겨우내 잔뜩 껴입은 중에 유일하게 노출된 얼굴은 겨울 바람을 그대로 느꼈다. 이번 겨울바람은 정말 매서웠다. 오늘 바람은 달랐다. 미세하지만 찬기가 가라앉은 바람이 얼굴에 와 닿았다. 단단히 여미던 점퍼가 살짝 느슨해져도 바람이 무섭지 않았다. 매섭던 바람이 풀이 죽어 날이 점점 풀릴 기미를 보였다. 일주일 전 입춘을 지나도 한파가 계속되어 힘들었는데, 절기는 절기인가 보다. 한겨울이 마냥 계속되지 않는구나.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되지만 계절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새롭다. 반복되는 것에 쉽게 지치는 나이지만, 사계절이 반복되는 것은 축복이자 감사한 일로 느껴진다. 봄이 돌아와 얼음이 녹고, 꽃봉오리가 맺히고, 나무에 물이 올라온 것을 보면서 신비함을 느낀다. 해마다 반복되는 봄의 모습은 우리 동네 나무에 똑같은 꽃을 피운다. 볼 때마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연초록의 새싹들을 보며 반가운 마음은 늘 생긴다. 올해도 어김없이 와줬구나, 감사의 마음도 들면서.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를 바라보는 것이지만 선물을 받는 듯 감사하고, 기쁘다.
겨울에 웅크렸던 몸이 날이 풀리면 어딘가로 나가고 싶어진다. '이 날씨에 어딜가.'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던 마음은 어느 순간 녹아 없어진다. 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꽃대궐을 보고 싶다는 마음도 해마다 마음에 솟아오른다. 기왕이면 꽃나무가 무리지어 있는 곳에 가서 눈 시리도록 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 동네에 꽃나무가 많은 호숫가에 가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우리 모두 비슷하다는 뜻이다.
미니벨로를 타면서부터 봄을 맞이하는 내게 봄 선물 하나가 더 딸려왔다. 그동안 미니벨로로 하루 최대 70킬로미터까지 달려보는 작은 여행을 다녔다. 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걸 느끼니 먼지 쌓인 미니벨로에 눈길이 가고, 꽃나무를 바라보며 바람도 쐬는 자전거 길이 눈에 밟힌다. 달리는 길을 수놓은 길 옆 가로수 꽃나무들, 땅에 깔아놓은 연초록 둔덕, 자전거를 달리면서 맞이하는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스친듯하다. 예년의 자전거 기억들이 떠오른다.
사계절이 있는 덕에 반복되는 계절맞이도 마치 새로 맞는 것처럼 신선하다. 이번 봄, 강을 따라 난 자전거길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에 차디찬 바람에 이제 접어야겠네 싶어서 집안 구석에 자전거를 한동안 내버려두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세찬 기가 꺾였구나 싶은 바람을 맞는 순간, 자전거가 떠오른다. 이내 자동으로 온몸에 들어찰 봄을 기대하게 된다. 이제 타도 되겠구나.
자전거길은 집 앞에도 있다. 주말에 자전거를 끌고 나와 곧바로 달릴 수 있는 고마운 자전거길이 있다. 가끔은 새로운 길도 달리고 싶다. 미니벨로가 있으니 대중교통에 실어서 갈 수 있는 곳까지 확장하게 된다. 아직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초보자다 보니 100%의 모험보다는 보다 안전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그것에 적합한 것이 대한민국 자전거 종주길이다.
자전거 종주길을 홍보하고, 스탬프를 찍어 인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 길을 그냥 달려도 좋지만, 스탬프를 찍어 기록하도 싶었다.
자전거 종주길 첫 시작으로 자전거 종주 수첩을 구매했다. 수첩뿐만 아니라 휴대폰 어플로도 인증이 가능하다. 수첩을 사면 제공되는 시리얼번호가 있어야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많은 분들이 설명해 두었기에 정보 검색으로 찾아보시면 좋다.
자전거 종주 수첩은 미니벨로를 사고, 제주도를 달렸던 2023년도에 구매를 했다. 그 해에는 자전거 종주 수첩을 갖고 모든 길을 다 달리겠다는, 그랜드 슬램은 꿈도 못꿨다. 제주도에서 스탬프를 찍으면서 달리면 제주도 한바퀴 도는 데 동기부여가 될까 싶어서 샀을 뿐이었다. 구매가격도 저렴하기도 했다. 1인 1개 수첩 구매라 마치 한정판 같은 느낌도 좋았다.
스탬프 다 찍으려면 평생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종주수첩 몇 군데에 스탬프를 찍으면서 재미가 붙었다. 또 자전거 길에 대한 감각과 길을 달리는 여유가 생기다보니, 심심할 때 종주수첩을 뒤적거리면서 다음에는 어느 길을 달려볼까 호기심이 생겼다. 구매당시와는 달라진 마음에 나도 살짝 놀란다. 자전거 여행 콧바람이 들면 그것을 부추겨(!)주고, 미리 다녀와본 검증된 경험자들의 정보가 있는, 안정적인 자료를 제공해주는 종주길 말이다.
2024년도에 다녀왔던 자전거 길이 생각보다 많았다. 종주 길에 대한 정보로 지도를 살펴보고 경험자들의 정보로 오르막과 내리막의 난이도를 예측하여 내 수준에서 가볼만한 정도인지 가늠해본다. 직접 가보면 사실 지루한 길도 있고, 생각보다 어려운 길도 있다. 그러나 부딪혀보는 재미가 있다.
스탬프 찍은 길이 쌓이다보니 자신감이 오르고, 성취감이 뒤따른다. 작년에 완주한 코스는 한강, 영산강, 남한강 종주길이다. 한번 갔다온 곳은 또 가고 싶은데, 자꾸 수첩을 뒤적거리다보면 스탬프 찍은 곳을 보면 뿌듯함이, 찍어야할 곳으루보면 도전 정신이 샘솟는다. 종주수첩은 도전하려는 마음을 북돋는다. 경험자들이 이 길은 아름답다고 하던데, 여기 가볼까 하는 관심도 생긴다.
이번 봄에 가고 싶은 종주길을 달리려면 운동을 틈틈이 하며 하루 50-70킬로미터 달릴 근력을 키워두어야 한다.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내 몸이 이제 정신 차릴 때다. 오늘 코끝에 와 닿는 바람의 온도가 미세하게 달라진 것을 느끼며 종주수첩을 뒤적거렸다. 내 실력으로 갈 만한 곳을 눈여겨 본다. 여기는 꼭 가야지 하는 곳은 북한강, 섬진강, 오천, 동해안. 가고 싶다고 해서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 될 때마다 정보를 수집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건강한 몸을 만들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난 이러한 자전거 신바람을 자전거종주 수첩 덕분이라 말하고 싶다.
그래서 누가 종주길쪽에 자전거 타러 가자고 하면 인증센터 있는 곳에 가수 수첩부터 사자고 한다. 5천원 정도니 부담 없다고 하며.
자전거 타고 낯선 곳을 달리는 모험. 자전거 종주길에 대한 떠오르는 의미 단어들이다. 이번 해에도 계획을 잘 세워서 날짜와 날씨를 잘 맞춰서 자전거를 타려한다.
미니벨로를 타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결심이 필수가 되었다. 하루 운동량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출퇴근길에 최대한 따릉이를 활용하여 다닌다.
자전거 같이 타는 동료들에게도 서로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하며 약속을 한다. 자전거 여행에서 우리 사이는 더 편안해진다.
자전거 길에서 함께 타는 동료들과 서로 땀내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나란히 앉아 우리 같이 달려온 자전거길을 바라보며 물 마시고, 초코바 먹으며 쉬는 시간, 좋다.
2023. 섬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