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에세이 쓰기 반 수강생입니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버스나 전철에서 휴대폰으로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곤 했다. 그 덕분에 장거리 출퇴근으로 얻게 된 나만의 긍정적인 기회라며 주변인들에게 자랑도 했다. 게으른 나에게 버스 안에서의 2시간은 나름 글쓰기 공간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질병이 하나 발생했다. 손가락들이 뻣뻣하고, 손목이 돌아가지 않고, 뭔가 손전체가 저린다. 무거운 플러스 휴대폰을 쓰다보니 오타도 많고 그러더니 결국 손목 터널 증후군 같은 것이 온 것이다. 휴대폰을 쥐고 글을 쓰는 것이 꺼려지게 되었다.
또 하나 출퇴근을 위해 광역버스에 앉아 있으면 곧바로 잠이 든다. 버스가 아니더라도 졸릴 때가 많다. 작년에 생긴 변화 때문이다. 작년부터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직장 위치가 달라졌다. 출퇴근 거리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시간은 늘어나는 중심지 교통이론의 영향을 받아서 잠이 부족하다. 예전에 대학원 안 다닐 때는 버스에 앉아서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머리를 대면 잠이 온다. 버스에서 뭔가 할 생각을 못하게 되었다.
글을 쓰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침 출퇴근 버스 안이었는데, 이제는 잠부족에 시달려서 이때만큼이라도 눈을 붙이고 있다. 손목과 엄지손가락 밑부분 근육이 아프다보니 휴대폰 들고 뭔가를 끄적거리는 것이 부담되니 자연스럽게 글쓰려는 마음도 예전만큼 생기지 않는다. 남들은 출퇴근 시간에 글을 쓰라고 하는데, 이마저도 나는 어렵게 되었다.
구독자가 많은 작가도 아니고, 글 공감도 많이 없는 편이라 내 글은 왜 이렇게 선택받지 못하나 싶다가도, 내가 쓰고 싶은 글 쓰면 되지. 싶었다. 그러나 플랫폼 특성상 반응이 별로 없으니 나도 모르게 게을리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글을 쓰면서 발전을 위한 노력을 덜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것은 열심히 연수 찾아 들으면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으면서 말이다. 나도 많은 브런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문장력 좋고, 생각이 좋은 글, 신선한 글, 노력을 정말 많이 들인 글에 공감 버튼을 꾸욱 누르지 않는가. 그러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힘들이지 않고 쓰는 것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글쓰기를 같이 할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예전부터 눈여겨보았던 한겨레 온라인 교육센터를 방문했다. 그 곳에는 많은 종류의 글쓰기 클래스가 있었다. 내가 듣고 싶은 강의는 ‘같이 글쓰는 강의, 문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다독, 다작, 다상량의 기본 이외에 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글을 쓰고 싶은 내 마음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많은 글을 쓰신 전문가인 강사님과 글을 잘 쓰는 수강생 동기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글을 잘 쓰지 못해서 깨지기도 하고,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을 것이다. 동기들의 장점은, 서로에게 지원군이 된다. 나의 최종 선택은 서로의 글을 보며 합평을 하는 클래스를 골랐다.
강의를 듣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은 결국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문장 강화를 해야하고, 작가정신을 키우기 위해 생각을 날카롭게 벼리고, 마음을 넓게 다스려야 한다. 글쓰기는 강의 이후에도 내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많이 들었던 말 중에 글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역시 진솔함, 생각의 힘이라는 사실이다. 생각은 하루아침에 깊어지지 않는다. 생각을 깊게 하려면 글을 써야 한다. 이번 한겨레 교육센터에서 에세이 쓰기 수강을 하면서 글을 꾸준히 쓰려는 주된 이유는 생각의 깊이에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항상 영감이 떠올라야 후르륵 쓰는 덕에 특별한 자극이 없으면 쓰지 못했었다. 갈등, 사랑, 원망 등의 자극이 글쓰는 동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글을 잘 썼다. 감정이 내 주된 에너지이기도 했다. 이제는 자극 없이도 주기적으로 쓰면서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사회를 들여다보고, 사람을 들여다보고 싶다. 자극이 있어야 글을 쓰는 습관 때문에 글 쓰는 주기가 불규칙했었는데, 이제는 차분히 앉아서 글쓰는 공간을 마련해야겠다. 그 곳에 앉아서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으면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문장을 끄집어내려 한다. 그 문장들을 다듬고 배열하면서 나의 메시지를 만들어가야겠다.
대학원 다니면서 받은 과제들은 모두 글쓰기였다. 과목마다 교수님께서 주신 주제로 ‘억지로’ 글을 쓰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자극이 없는데 글을 쓰기에 억지가 맞다.) 과제 글을 힘겹게 써내고 제출했을 때 내 글을 읽어보면 놀랍다.
글의 매력에 사로잡혀서 잘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 잘 쓰고 싶은 것을 욕심이라 하지 않겠다. 글의 힘을 쓰고 싶은 나에겐 필수이다. 나의 스타일을 객관적으로 보며 단점을 직시하는 아픔도 겪어야한다. 아울러 장점과 나만의 특징을 찾아낸 기쁨도 잠시 오겠지.
함께 수강하는 동기들과 (나를 심판해야 하는) 힘겨운 합평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작가님과 동기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되고, 긴장도 된다. 많이 깨지더라도, 매주 주어지는 과제에 억지로 쓰게 되더라도, 그곳에 가는 것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