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자세를 배웁니다
스키장 눈을 밟았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 스키가 좋아서 시작한 지 올해로 두 해째입니다.
그래요. 스키를 탑니다, 제가. 어른이 되고 나서 스키를 타며 느끼는 것은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인가요, 그걸 이미 아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스키 학교에 보냅니다.
자전거 타기와 비슷할까요? 저는 어렸을 때 넘어지면서 배운 자전거는 제법 쉽게 타는데요. 한편 어른이 되어 배웠다는 제 주변 몇몇 분들 이야길 들으면 자전거 균형잡기가 어렵다고 느껴서 자꾸 안 타게 된대요.
균형과 운동 감각, 어린 시절 발달이 이루어질 때에 익히면 마치 타고난 것처럼 하나로 자리잡힐 수 있는 걸까요. 편하게 스키 타는 제 지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린 시절 감각을 경험하고 익히는 시간을 건너뛰면 이미 견고한 성이 되어버려 배워도 들어갈 자리가 없는 걸까요. 나이 들어 배운 저는 스키타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작년 주말이면 스키를 타러 갔으니 스키를 타면서 오랫동안 탔다고 착각을 했나봅니다. 주말마다 스키를 탔고, 갈 때마다 여러 명이 배우는 초급 강습을 배웠고, 연습도 꽤 했으니 스키를 잘 탄다고 생각했어요. 이 말의 의미에는 돈을 꽤 많이 주고 배웠다는 것도 포함되지요. 지출에 비례해 실력이 늘었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스키 강사님도 제게 그런 말을 하셨지요.
“이 슬로프에서 회원님보다 잘 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요.
강사님과 함께 초급 슬로프를 리프트 타고 올라가면서 그런 생각에 동의했어요. 초급에서요.
두번째 해에는 중급 코스가 더 다양한 스키장으로 옮겼어요. 작년이 초급 해였다면 올해는 중급의 해로 생각하고요.
스키 학교 이름도 중급을 표명한 ‘인터’가 있는 <김** “인터” 스키>에 등록하여 배웠습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개인 강습이었고요. 무전기도 필요했습니다.
개인 강습이고 자신의 자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여 코치님이 저의 스키 활주 동영상을 찍어주셨어요. 그날 올라온 제 영상을 보고 참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타는 스키 주행 모습이 얼마나 이상한지요. 그리고 체감하는 속도와 실제로 옆에서 보는 속도도 다르다는 것을요. 즉, 제 스키가 얼마나 천천히 ‘안전하게’ 가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영상 안 봤으면 저 지인들 앞에서 ‘자뻑’할 뻔했어요.
내가 그리고 있는 내 모습을 제 3자의 눈, 카메라의 눈으로 보았을 때 많이 놀랐답니다. 저는 실제로 스키를 타고 있을 때 속도감이 너무 나서 속도 제어를 해야겠다고 여겼어요. 그러나 카메라로 확인하니,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 모릅니다. 저는 천천히 가서 슬로우모션으로 찍은 줄 알았습니다. 진짜로요. 코치님에게 물었어요.
“혹시 이거 슬로우 모션으로 저 보여주시는 건가요?“
아니라고 하며 웃으셨네요.
작년에 그 많은 돈을 주고 스키캠프를 방학 내내 다녔는데 저는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초중급 스키는 대개 네 가지 단계로 타는데요. 스노우 플라우 턴~> 스템 턴~> 베이직 롱턴~> 베이직 숏턴. 이렇게 많이들 배우더라고요.
저는 많은 돈을 지출하며 배우며 네번째 단계까지 하고 싶었지만 사정 상, 스키의 단계 중 세번째인 베이직 롱턴까지만 탔어요. 삼단계 탄다고 아주 자신감 넘쳤었지요.
배움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제 알게 된 사실인데, 실제로는 작년 지출한 금액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저는 네번째 단계인 베이직 숏턴까지, 혹은 그 이상도 탈 수 있었던 거에요. 물론 배움만 있고 연습으로 자기화하는 단계가 필수겠지요.
제가 스키를 타면서 체감하는 것과 타인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다르더라고요. 스키를 배움에 있어 저의 두려움이 생각보다 컸고요. 저는 굉장히 느리게 타고 있었어요. 잘 못타고 있었어요.
배움 후에 영상에 찍힌 ‘참 불안하고도 미완의 몸짓을 하며 주행’하는 제 모습을 보는 것은 싫지만, 나의 객관적인 모습을 보면서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를 정면으로 봅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상체와 폴을 쥔 두 팔이 어색하고 저게 나란 말인가,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 비디오 영상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다음 번 내가 만들어내는 몸짓 사이에 규칙을 깨달으며, 저는 코치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교정해나가는 것이지요.
“팔을 더 밑으로 내리세요!“
“지금 그 자세, 맞습니다!”
스키를 배우면서 느낀 것을 제 삶으로도 갖고와 보려고요.
예를 들면 해마다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는 직업 특성상, 제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데, 그 어려움이 때로는두려움 수준이기도 해요.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닐 수도 있어요. 이번 해에 처음으로 부장직을 맡으면서 저는 여러 차례 괴로워하였습니다. 주변 동료들은 ‘잘하고 있는데 왜.’ 라며 의아해하셨어요. 부장으로서 동료들을 이끌어가야한다는 부담감과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표정이 어두울 때도 있었지요.
카메라의 눈처럼,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천천히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데, 힘을 많이 주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초급자인 저는 잔뜩 긴장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운동을 배울 때 그렇듯이 스키를 탈 때 연습을 통해 결국 힘을 빼는 것이 상급자라고 하더라고요. 적응하고 훈련하고 나면 힘을 빼고 탈 수 있다고요.
작년 한 해, 심리적 어려움이 제가 느끼는 지배적인 감정이었습니다. 스키를 타면 좋았던 점은 시원하게 활주하며 일터의 고된 점을 싹 씻어주는 것, 그것이었어요.
나도 뭔가 잘할 수 있다, 는 증거가 필요했던 걸까요. 그게 스키 잘 타기로 제게는 찾아왔습니다.
이제 두 해 정도 타고 나니 초반의 적응기간에 있었던 과도한 힘주기가, 조금씩 힘을 빼고, 힘을 줄 곳만 주는 핵심 힘 전달 기술을 익혀갑니다.
그 기술을 익히고 기억하며 타는 것이 중요함을, 스키를 배우면서 또 한번 깨닫습니다. 과도한 힘주기에서 힘빼기를 하며 살아가야함을요. 말로 문장으로 접했던 이 기술을 스키를 타며 경험하니 다릅니다.
조기교육으로 이미 자기화 된 스키기술로 타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그것도 좋지요.
어른이 되어 지지부진한 속도로 이렇게 연습을 하며, 다른 감각을 얻는 것도 장점임을 알게됩니다.
스키를 잘 타는 것, 그것이 왜 목표냐고요?
힘을 빼려고요. 과도함을 걷어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