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 1

아침을 열고 세상살이를 배우는 아이들

by 글담연

<학교 여는 날>

1학년은 무엇을 배울까?

ㅅㅇ 초등학교 수업 공개가 있다고 하여 담당자에게 문의를 드려 나도 가고 싶다고 하였다. ㅅㅇ초 학교를 여는 날에 시간이 맞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갈 수 있는 학급은 1학년 교실이었다. 두근두근.


-몸을 깨우는 시간

1학년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9시 아침을 여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에 오자마자 몸과 머리를 깨워야 아이들의 배움도 시작될 수 있다. 그래서 이 학급은 아침열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1학년 아침열기는 처음이라 유심히 바라보았다. 고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 아침열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동그란 원을 만들어 손을 잡고 돌며 노래를 불렀다. 시를 외우며 오이리트미 (시 내용에 맞는 동작) 작은 손을 꼼지락꼼지락 하는 모습이 참 야무졌다. 손동작을 하며 몸 열기를 하며 목과 눈에서 조금씩 열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선생님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아이들의 웃음은 터져나온다.


-콩주머니 활동

아이들과 몸 스트레칭을 하며 시 낭송을 하며 몸 열기를 하고, 황금왕관을 받을 준비를 하라고 하니, 아이들은 잔뜩 긴장된 몸으로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 선생님은 망태 바구니를 하나 들고 온다. 그 안에 뭐가 들었나 싶었더니 코바늘로 예쁘게 뜬 콩주머니가 반 아이들 숫자만큼 있었다. 콩주머니를 머리 위에 얹은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머리 위에 황금왕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의 집중력과 그 모습이 놀라웠다. 15명의 1학년 아이들은 머리 위에 예쁜 콩주머니를 ‘황금’ 왕관으로 받는데 그 순간을 매우 ‘신성’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어서 아이들이 참 달리보였다. 신성하게 수용한다는 것은 받을 준비를 하며 몸과 마음이 기다림의 자세가 되는 것이다. 그걸 가장 최적의 자세로 기다리는 것, 그것이 신성한 준비가 아니겠는가.아이들의 에너지를 때로는 모으고, 때로는 발산시켜 주는 것이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콩주머니로 ‘별따러가세’를 읊으며 몸에 올렸다가 받는데, 아이들은 콩주머니를 받는 활동에서 성취감을 느낀 것 같다. 계속된 아침열기가 익숙해져서 하루의 루틴이 되었어도 아이들에겐 여전히 실수도 있고,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서 내 몸을 깨우면서 내 몸의 협응력과 균형 감각을 찾으며 맞춰가는 학생들이 대견했다.

이 아름다운 콩주머니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도구인 것 같다.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진 콩주머니는 때로는 징검다리(인데, 밟는 영역이 아닌 건너뛰는 영역의 돌 역할)가 되어 1학년 아이들이 천지인으로 이루어진 한글의 자모를 배우는데 세상의 이치까지 배우는 듯 보였다. 자음 5개를 배운 것을 외워서 말하며 동시에 뜀뛰기를 하는 데 아름다운 콩주머니 징검다리는 아이들의 자음 뜀뛰기를 돕는 자기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콩주머니가 황금 왕관이 되고, 별따러 가는 별이 되고, 이렇게 두 개를 모아 징검다리가 되기도 했다. 이 콩주머니의 무궁한 변신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팔색조’란 무엇일까 묻는다면 ‘1학년 때 함께 놀던 콩주머니 같은 것이야.’ 하지 않을까. 알록달록한 콩주머니를 교실에서 애지중지 보듬으며 망태기 속에서, 머리 꼭대기에서, 손바닥 위에서, 뜀뛰기를 위한 징검다리에서 아이들의 눈빛을 빛내는 팔색조 친구는 함께 한다.


-협동 훌라후프

훌라후프 하나가 교실 구석에 있어서 뭘까 싶었는데, 선생님은 아이들과 손을 잡고 둘러 서서 한쪽 팔에 훌라후프를 걸쳤다. 이제 옆에 서있는 친구손을 잡고 모두에게 손을 잡고 서라고 했다. 앗, 훌라후프는 이제 빠져나갈 수가 없다. 선생님부타 시작하여 훌라후프를 통과하여 한바퀴 돌려 보내기였다. 어떻게 하려나 궁금했는데, 솔직히 난장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조용한 침묵 속에 웃음 정도는 흘러나와도 되는데 훌라후프를 잘 통과시켜서 옆 친구에게 전달하는 것을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차례 도전하여 80퍼센트 학생들은 훌라후프가 오자 심호흡을 하고 받았다. 그동안 여러차례 겪으며 터득한 활동이었어도 여전히 도전적이었나보다. 누군가 힘겨워하면 옆 짝꿍은 끙끙거리는 모습을 몇번 기다려주다가 친구가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손을 함께 들어주고 도와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과정에 약간의 몸 개그가 있는 듯하여 아이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차피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몸개그는 성공의 과정이기도 했다. 마침내 통과하면 주인공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친구와 선생님도 기쁨의 함성을 쏟아냈다. 명랑한 청각과 시각 운동에너지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활동이었다. 활달한 아이들의 모습, 기다려주는 공동체, 모두가 통과하는 도전활동. 교실은 푸릇푸릇한 장소였다.

한번에 통과하여 옆으로 보내는 친구에게 아이들은 ‘잘하네!’ 하는 경탄의 눈빛을 보내고, 이를 통과한 당사자는 뿌듯함을 느끼며 보조개가 지어지는 것을 보았다. 잘 못하는 친구도 있었다. 훌라후프가 어깨에 흘러내리기 전에 머리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몸의 감각을 익히지 못한 친구들의 경우 훌라후프가 목 옆에 딱 붙으면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어렵다. 그럴 때 옆 짝은 직접적으로 어떻게 도울지 판단하여 손을 번쩍 들거나, 훌라후프를 손목쪽으로 다시 흘러내려올 수 있게 도와주거나 하여 힘을 보탠다. 모든 아이들이 내뿜는 격려의 눈빛과 표정은 지금 훌라후프를 받아 옆으로 넘기기 도전하고 있는 아이는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훌라후프를 어떻게든 보내려고 이리저리 시도해본다. ‘훌라루프 너 어깨까지 이렇게 빨리 흘러내려와서 당황하게 만드는 거야!’ 하는 당사자의 태도가 웃음을 짓게 했다. 성공과 실수, 모두가 긍정적이고 활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교실이었다. 그림동화 <틀려도 괜찮아>와 같은 학급의 분위기였다. 우린 모두 도전하는 중이고, 느리거나 아니거나 함께 배워가는 중이야, 그러니 괜찮아, 틀려도 웃으면서 다시 시작해. 이 교실에 가득했다.


< ㅅ 낱말 학습하기>

-징검다리 뜀뛰며 자음 외우기

오늘의 학습은 시옷이 들어가는 낱말을 찾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찾은 단어를 발표하면서 주변 사물의 이름을 떠올리며 ㅅ이 들어가는지 다시 확인한 후 입으로 내뱉었을 것이다. 낱말을 한번 더 생각하고, 글자를 배운 적 없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면)이 시옷이 들어가는 낱말이 뭐가 있을까, 소리로 식별하여 말을 찾아냈다. 아이들은 낱말을 더 생각하고, 발표하면서 내 낱말인 듯 생각하지 않을까. 마치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오늘 배우는 자음이 들어가는 낱말을 찾는 활동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글자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소리의 분절음을 배워가는 날인 것이다. 조음을 정확히 하며, 어떤 소리를 내는지, 말이다.

-부엉이 아저씨의 낱말 선물

부엉이라는 전래동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나와서 수수께끼로 낱말을 맞히는 활동을 했다. 아이들은 부엉이가 수수께끼를 낸 것을 읽어주는 선생님의 말에 경청을 했다. 아니, 귀를 쫑긋 세우고, 맞히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과일입니다. 빨간색. 사각사각합니다. 정답! 사과요, 몽실몽실합니다. 깁니다. 정답! 털실. 이 외에도 시계, 소라, 등 10개를 배웠다. 수수께끼로 낱말을 맞히는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호기심과 배움을 즐기는 자세가 터져 나왔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배움은 활력을 찾고 삶의 한 장면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부엉이 아저씨의 보물가방에 들어있던 것은 시계, 소금, 소라, 실, 버섯, 사과였고, 수수께끼를 세 번쯤 갔을 때 아이들은 잘 맞췄다.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이 사물들은 오늘 주인공이었다. 동그랗게 앉아 선생님이 꺼내는 이 사물들의 이름을 맞히는 일이 그렇게 중요했기에 아이들은 동그랗게 앉은 자세에서 자꾸만 가방으로 이끌리듯이 나갔고, 뒤에 있는 아이들이 자꾸 앞으로 파고드는 아이들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되면 선생님은 늘, 자리를 지켜야 모두가 다 볼 수 있다며 동그란 자리 대형을 유지하게 조언을 해줬다. 그래도 아이들은 몇 차례나 가방 앞으로 모여들었다.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은 1학년이고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라 동그랗게 앉아 선생님과의 가까운 거리에서 ㅅ이 들어가는 사물을 맞히면서 끝까지 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잡아끌어 이 사물이 오늘의 주인공처럼 등장시켰다. 수수께끼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하나 둘씩 비밀을 밝히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마침내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나면서 보이지 않음과 도전적인 질문 하나에 이 1학년 아이들이 배움을 즐기는 것이 확실해보였다. 배움은 이러한 설계에서 시작하는 것일까. 10개의 낱말을 모두 맞히면 해당하는 그 사물이 가방 밖에 나오면서 10개를 모으면 성공이었다. 이 성공 덕분에 부엉이의 선물을 받게되었다. 이 모든 활동일 한 시간 안에 이뤄진 것이다. 한시간이 훌쩍 지나갔을 것이다.

-낱말 쓰기 시간

이제 아이들은 교실에 책상을 한쪽으로 붙여서 운동장처럼 넓게 공간을 쓰는 ‘운동장’에서 책상을 놓고 공책을 쓰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책상을 옮겨서 손으로 또박또박 쓰며 익혀보며 자신의 것으로 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글자는 삐뚤빼뚝, 하지만 이 공책의 주인에게는 몸으로 익히고 배워본 ㅅ 들어가는 낱말에서 배움의 후반부에 이르러 소중하게 얻은 낱말을 기록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도 1학년 배움공책에 그러한 내용을 적어 계절 마무리 기간에 전시한 것을 보았다. 그때 나는 ‘아이들이 열심히 받아쓰기!? 했네.’ 라고 생각했다. (우리 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해본적 없어서) 그러나 오늘의 수업을 참관하면서 아이들은 ㅅ들어가는 낱말을 즐겁고도, 도전적으로 익혔고, 주변을 돌아보고 선생님과 함께 세상을 탐색하면서 찾아낸 이 세계의 일부에 대한 기록이자 내면화하는 배움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오늘의 쓰기는 ‘부엉이 수수께끼 사각사각*사과 몽실몽실*털실 선물은 언제올까.’ 였다.

-정말 바른 글씨를 써준 담임 선생님

글씨를 써 주는 선생님의 글씨체를 보면서 바른 자세와 균형 있는 글씨체가 중요하구나, 싶어졌다. 요새 타이핑하느라 글씨 쓰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제 연필이나 볼펜을 잡고 쓰는 연습을 너무 안 해서 글씨가 자꾸 힘을 잃고 뚝 뚝 끊어지거나 휘갈겨지게 된다. 담임 선생님의 글씨를 본 후 정신이 번쩍 들어서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어른이 되어도 글씨를 쓰는 것을 한동안 안했더니, 예전에 글씨 좀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나조차도 필력이 부족해진다. (글씨를 쓰는 힘!)


-ㅅ에 색을 칠해요

자, 글씨를 쓴 후에 마무리로 아이들이 쓴 글자에 오늘의 주인공 ㅅ을 찾아 색을 칠하였다. 이것을 시각적으로 직접 도드라지게 하면서 아이들은 글자에서 하나하나 색을 입혀가고 있었다. 어른인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넘기는 ㅅ의 존재가 사각사각 사과에서 몽실몽실 털실에서 ㅅ을 인지하게 되었다. 쓴 걸 선생님과 함께 나도 따라 읽었다. ㅅ이 혀와 치아 사이에서 자꾸 부딪혔다. ㅅ이 내는 몽실몽실하고 사각사각한 그 느낌이 여기에서 오는 거였구나. ㅅ의 색깔과 발음이 이루어지는 지점을 아이들은 알게 되었을까? 아니, 모른다해도 몸으로, 직접 소리를 내어 익힌 이 낱말들은 아이들의 삶에 스쳐지나가는 낱말이 아닐 것이다. 돈이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와 욕망을 부추기는 것처럼, 돈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중요한 인생 기준이 되듯이 몽실몽실한 털실과 사각사각한 사과를 많이 만나게 될 것 같다. 궁금해진다. 분명 이 글자에 색을 칠하고, 부엉이 아저씨께 선물받은 아이들은 한글을 예뻐하지 않을까.

-ㅅ으로 알게 된 세상

나는 입학 전에 철수야 안녕, 영희야 안녕! 하며 한글을 다 뗴고 와서 1학년 때 뭘 배웠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오늘 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ㅅ글자 쓴 걸 읽으면서 ㅅ의 색감과 소리의 느낌을 알게 되었다. 오늘 나는 ㅅ에서 세상의 색깔을 배우고 간다.




-이 수업을 하신 담임 선생님이 대단하셨다. 1학년 아이들에게 이런 집중력을, 그리고 이러한 즐거운 배움 공동체를 꾸려가고 계신 선생님!

#교육기관, 학교를 탐방하고 있습니다. 공개 수업에 참관하거나 관계자와 인터뷰, 학교 시설 등을 탐방하며 교육의 방향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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