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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pr 26. 2022

ENFP의 취미 수집

글쓰는 것이 제일 재밌는걸

ENFP 유형을 설명한 걸 읽으면 나 자신에 대한 객관화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구든 그럴 것이지만, 내가 살면서 ENFP를 인지하며 행동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문득 날아오는 엽서처럼 브런치, 블로그 작가들의 글 속에 특정 유형을 설명해 놓은 짧은 글들을 읽게 된다. 글로 정리된 내 삶의 패턴을 읽다보면 웃음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이 유형들 대다수가 하는 행동인가 보다. 글로 적혀 있는 그 내용을 읽으며 그 정확도가 매우 높아서  ‘맞아 맞아’ 하며 탄복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취미 수집가이다.


ENFP는 물건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를 수집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실행력이 뛰어나서  한번 들은 것이 흥미로워 보인다면 일단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요즘 뭐해?” 하고 물으면


“응, 뜨게질 해. 기타 쳐. 그림 그려. 블로그 시작했어. 요리 학원 다녀. 캠핑 다녀. 피부 마사지 자격증 코스 학원 다니고 있어 등”


내가 생각해도 매번 달랐다. 물론 내가 특별히 인지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생활이므로 남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내게 관심있는 친구들은 분기별로 나를 만나 “요즘 뭐해?” 질문을 할 때마다 기대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때 한다던 그거, 아직도 하고 있을까? 뭘 하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내 답변은 기대를 벗어나지 않고 “새로운 걸 시작”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는 피드백이 “또 바뀌었어?” 이거다. 가끔씩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나 추가하자면, “에너지 넘치네.”

나도 그런 내가 가끔 신기하다. 왜 하나를 꾸준히 할 수 없는지 이유도 있다.


그런데 다행히 ENFP 유형 설명에도 이런 말이 있다.


취미 수집가, 벌여놓은 취미만 수백가지이다.


하하하하. 부정적인 설명인 것 같은데 그저 웃음이 나온다. 나 말고 또 있어! 하는 동지간의 정도 슬며시 느껴지고 말이다. 아마 살면서 친구들에게 “너 또 취미 바뀐 거야?” 하는 말 안 들어본 ENFP라도 자신의 삶에 대한 적확한 한 문장을 읽고서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 세상은 넓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어떻게 하나. 한 가지에만 매진하기가 어렵긴 하다.


벌여 놓은 취미…이 문장의 서두부터 까르륵 웃었다. ‘취미 수집’이라는 말, 벌여놓은 것만 몇 백가지인지, 격하게 공감한다. 취미를 한다고 사 놓은 재료만 몇 박스이다. 가끔은 아깝지 않은지 주변 사람들에게 그냥 나눠주기도 한다. 한번 해봤는데, 나랑 잘 안 맞아, 이것도 있고,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취미를 발견해서 관심과 흥미도 우선순위에 밀려서 일단 팬트리장에 쌓여있는 것도 있다.


그럼 아마도 내 친구들처럼 누군가는, 으이구, 하며 혀를 끌끌 찰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내 말을 들었으면 한다.

이런 내게도 한 가지 취미 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려놓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 글쓰기, 시쓰기이다.


이건 내가 가진 특징 중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감정이 풍부하므로 넘쳐흐르는 이 감정을 표현할 취미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것을 글쓰기로 표현했다. 또 생각해보면 벌여놓은 취미들 다 제치고 글쓰기 하나만 팠다면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 있으려나? 그러나 수많은 취미와 결합하여 글쓰기와 사색의 풍부한 재료들을 가져오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확신한다. 내게도 한 평생 놓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게  글쓰기이다. 덕분에 블로그, 그리고 이번에 브런치에서 열심히 글을 쓰면서 즐거운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ENFP 본연의 모습 중에 하나인 이 지나치리만큼 풍부한 감정, 그것을 승화시키기에 적합한 활동은 시쓰기이다. 에세이도 좋은 장르이지만, 감정의 서정적인 느낌과 표현을 담기 위해서 시쓰기는 정말 좋은 취미이다. 내가 그동안 써 온 시가 적지 않다. 특히나 마음에 상처, 울분,이 생기면 마음 속에 시 우물이 생겨난다. 퍼내도 퍼내도 시가 모여들었다.

시를 좀더 잘 쓰고 싶어서, 그러니까 멋지게 쓰는 것이 아니라, 시쓰기를 하며 내 마음, 내 감정을 잘 다듬고 싶어 시쓰기 연수도 받아봤다. 정확하게 말해야겠지, 시쓰기 연수 청강을 했다. 그때 시인들에게 내 시를 보내서 평도 듣고, 합평도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연수 제비뽑기 추첨에서 떨어져서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청강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셨다. 시인들에게 수업을 몇 차례 들으며 영광이었고, 마치 내가 시인의 곁에 있는 것 같아 좋았다.

그때 받은 시쓰기 연수에서 시인의 수업을 들으며 내가 쓰는 시는 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일기와 에세이와 같은 관계라고 할까. 에세이와 시에는 일반 독자가 있다. 단순히 작가의 감정을 배설하는 곳이 아니다. 시인은 내 감정을 갖고 시를 쓰면서도 일반 독자들에게 정서적으로 공감할 보편적 정서를 그린다. 그래서 일기쓰기에서 반드시 일반독자를 생각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에세이가 되는 것이다. 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 시인을 지망하는 연수 수강생들이 직접 쓴 시를 읽고 합평을 하면서 청강생인 나는 시를 내지 못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쓴 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내 감정의 우물이 생겨나서 터져나온 시를 쓰기만 하면 시가 아니다. 라는 것이 마음에 박혀 있었다. 어려웠다. 그래서  일기 시는 써도, 시쓰기는 포기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출판하여 일반독자를 기다리는 시, 시인으로서의 시의 영역은 아직 어려우니 저만치에 두고, 나 혼자 쓰는 시, 내 감정을 승화하는 시로서는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내가 쓴 시, 그걸 통해 내 감정 정리가 된다면 일단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감정이 정리된 뒤에, 일반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감정 이야기를 정리해서 시를 쓰고 싶다면, 시어를 고르고, 생각과 감정, 문장을 정제하며 시작해보아야지.


그래도 내 취미, 시쓰기, 여기서 말하는 ‘시’는 시인이 말했던 그 ‘시’가 아니더라도, 내 취미인 글쓰기, 시쓰기는 나를 나답게 해주는 취미이다. 물론 브런치에 올리는 시는, 함께 나누고 싶은 감정을 정제한 것깎아놓은 나무작품 같다고 해야할까! 내 시쓰기가 그냥 다듬지 않은 나무, 원석이라고 한다면.

이제 매체가 변해서 개성 있고, 특정 그룹의 소수 독자를 타깃으로 한 글을 소중히 한다. 그래서 나도 원석 시, 원석 에세이를 써서 발행할 수 있다니!  정말 이 흐름을 타고 있는 이 시대가 고맙다.


그런데, 띄어쓰기 고민이다. 글쓰기는 안 띄어도 괜찮은데, 시쓰기는 왠지 띄어야 할 거 같다. 그래도 통일성을 위해 다 붙여야지.



나의 원석 시를 보낸다.



<모래로 살다보니>


살다 보니 내가 이렇게

모래 같을 때가 있을까.


뜨거운 태양 아래서

퍼부어지는 빛을 받으며

바짝바짝 말라


누군가가 저벅저벅 슬리퍼를 신고

밟으면

버석버석

소리를 내며 다른 모래 틈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래서 다시 올라오기 어려운

모래


모래로 살다 보니

이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멀찌감치 시원한

바위섬이 되고 싶다.


2020. 6.5


내게 시를 잘 쓴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든 날마다 내 마음을 시로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첫 타자를 치며 시를 적는다. 고마운 내 친구. 살아가는 존재는 부조리함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가. 나도 그 문제에 관심이 있다.




<오늘은 즐거운 월급날>


즐거운 월급날이 되어

생각이 많아진다.


이걸 살까,

한 달 동안, 내가 쉼 없이 달려왔잖아.

그러니 이건 나를 위해 충분히 쓸 수 있어.


저걸 살까,

내 취미 생활을 위해 이 정도는 써도 되잖아.

돈 벌어서 뭐해, 나의 기쁨을 위해 써야지.


아니면

저축을 할까,

돈을 벌어서 차곡차곡 모아 좋아야,

추운 겨울이 와도

따뜻한 곳에서

느긋하게 앉아

온기 펑펑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삶의 여유를 즐겨야지.


월급을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나

다 쓸데없고,

월급은 통장을 거쳐서

카드사로 회수된다.


2020년 6월 17일 수요일

직장인이라면 느끼는 월급의 비애.



<나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


불행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나는 노력했지만

무너져가는 탑을

세울 수 없다


탑을 세우는 노력은 함께 하는 것이지만

하늘의 뜻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탑은 스러져가지만

하늘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지만


나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게

나를 귀한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2020. 6. 30

불행과 행복은 내 삶의 중심 주제이다. 그리고 나는 불행을 벗어나고 싶어서 애썼지만, 벗어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오히려 행복을 찾아 행동하고자 했으나, 나중에 떠올려보니 불행이 인생의 의미를 깊게 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가는 중이다.



<당신의 무응답>


당신은 내 글을 읽고 있네요

고맙습니다.


당신은 내 글을 읽고 있네요

그러나

무응답


무응답으로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생각해보고 싶지만

떠오르지 않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함께


어려움은 있겠지만

함께


깎아나가며

그럴듯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2020. 7. 1. 나를 찬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숨막히는 시간>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은

나를 깎아내는 시간


나를 계속 돌아보며

나를 깎아내는 시간


나는 나를 알아가기 위해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며

혼자서 바둥거린다


2020. 7. 2

나는 항상 나를 성찰한다. 그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나는 나를 성찰한다. 끊임없이.



<연극이 시작되면>



연극이 시작되면

대사가 떠다니고

내 머릿속에

대사는 남아있지 않고


행동은 어쩔 수 없는

방황을 하고


그렇게 연극이 시작된다


상대 배우와 나는

감정선을 타고

그 감정이 나를 흔든다


그렇게 나는

연극을 시작한다.


새로운 감각이 열리고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감정의 연극


나를 열어놓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감정의 연극


나는 아직 누르고 있다

나를 온전히

열지 않고

있다



언젠가

활짝 열릴 내가

마음을 열고

연극을 하며

관객과 소통할 수 있길

그러길 바란다.


2020. 7. 2

생활연극 네트워크 속에서 학생들의 공연을 하면서. 긴장 상태. 그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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