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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Aug 20. 2018

언론사가 뉴미디어 투자에 인색한 이유는?

'사람들이 본다'와  '돈을 번다' 사이

'뉴미디어가 돈을 못 벌어서(+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이 문장을 곱씹다 보면 그리 타당하진 않은 짜증이 슬쩍 올라옵니다. 우리가 만든 게 돈을 못 벌 것 같아서 그렇다니?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럼 있던 제품들은? 저렇게 낡아빠진 스토리텔링 방식을 쓰고, 독자도 배려하지 않고, 누가 보는지 안 보는지 알 수조차 없는 저 콘텐츠에 쏟아붓는 막대한 비용은 뭘까?



언론사에서 만들어지는 대다수의 콘텐츠들은 현재의 구조에서 매출을 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명시적이든 아니든 대가를 받는 개별 콘텐츠가 있죠. 그게 건당 얼마로 잡히는 게 될 수도 있고, 이번에 이렇게 써 주면 다음에 뭔가를 해 주는 방식일 수도 있고, 이번에 이렇게 안 써주는 대가로 다음에 뭔가를 받아내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기사는 대체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 목적이 다릅니다. 돈을 벌어오는 기사도 있고, 권력 감시도 있고, 그냥 감시도 있고, 클릭으로 조회수를 만드는 등등의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게 모두 쌓여서 매체력이라는 걸 만들어냅니다.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이고, 이게 (대체로 광고인) 수익을 만들어냅니다. 앞에서 언급한 돈 버는 방식도 기본적으로 매체력에 기반하는 겁니다. 매체마다 상황이 다르고, 비슷하게 묶이는 사업자라도 상황에 차이는 있습니다. 굳이 뉴스에서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조직이 있을 수 있고, 아닐 수 있으니까요. 사업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릅니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고 여러 가지 이유로 영향력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거겠죠. 이 상황을 방치하면 추후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건 명확해 보입니다. 광고시장은 소비자의 시간을 잡아먹는 곳을 향해 눈을 돌립니다. 모두가 모바일을 쳐다보는 상황에서 종이신문이나 TV에서 나오는 매출은 갈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매체가 돈을 벌 수는 없죠. 아직은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높으신 분들이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걸 민감하게 여겨서 괜찮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실험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도되는 실험에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집니다. 1. 예전보다 못한 매체력을 온라인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음을 증명할 것 2. 돈을 벌어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 1만 확보된다면 2는 자연스레 회복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시장의 변화는 언론사가 유지해 온 수익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정말 여기서도 이야기 할만한 내용이 많은데 러프하게 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을 볼까요? 이 시점에 이 시장에서 1차적으로 돈을 버는 업체는 플랫폼입니다. 프로그래머틱 바잉이니 어쩌고 해서 중간에 나눠먹는 업체들이 또 있고, 나머지 광고지면이 될 수 있는 매체의 가짓수도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여기엔 비단 언론사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래저래 돈을 벌 구멍이 많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해서 실험조직에선 네이티브 애드, 구독, 오프라인 행사, 콘텐츠 직접 판매, 후원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증명해야 하죠. (1만 주어지는 실험도 꽤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실험에 돈을 많이 쓰는 건 어렵습니다. 애초에 한국은 인력 조정이 쉽지 않은 나라란 것도 있지만,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지 않는 건 지금의 수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처럼 여겨지는게 큽니다. 정규직으로 뽑는 친구들은 이미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애초에 있던 문법에 맞는 시험으로 뽑았기 때문에 새로운 실험에도 썩 적절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이 시스템을 대폭 바꿀 만큼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잘 서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그놈의 미국 언론들은 어쩌고저쩌고 이래저래 했다는데, 시장이 다른 상황에서 그걸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런 복잡한 상황이 고려된 결과가 지금의 모습입니다. 현상을 유지하면서도, 성공하면 좋을 수 있는 구조. 이런 상황이 조합되어 대체로 편집국 바깥에 있는, 소수의 정규직 + 다수의 계약직/프리랜서/인턴으로 구성되는 실험 조직이라는 게 만들어집니다.  


장점이 뚜렷한 방식입니다. 일단 돈이 덜 들고요, 기존 체제에 익숙한 구성원들의 반발도 크지 않습니다. 애초에 큰 변화를 시도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시선, 젊은 시선이라는 것도 좋죠. 지금 언론사가 젊은 독자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엔 이론이 별로 없습니다. 실패했을 때의 손해가 크지 않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단점이 너무 큽니다. 애초에 투입한 리소스가 적다보니 성과도 영 시원찮을 때가 많습니다. 더 큰 단점은 실패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혁신은 해보지 않은 것을 해봐야 할 수 있는 겁니다. 시도를 반복하고, 반복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이렇게 쌓은 귀중한 데이터에 참고점 삼아 다음 발자국을 떼야 합니다. 하지만 계약직-프리랜서-인턴으로 구성된 실험에서의 실패 경험은 고스란히 분해됩니다. 이번에 시도해 본 게 왜 안 됐는지, 다음엔 뭘 해볼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갈렸던 개인에게 남을 수는 있어도 조직적인 경험으로 남진 않습니다. 조직의 입장에선 성과 없이 잔돈만 쓰는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14F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도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속단하기는 어려운 이유입니다. 물론 그럼 노-답인것 같은데 왜 하냐! 싶죠. 차이점도 있긴 합니다. 초반부터 투입하는 리소스 자체가 많은 편이라는 건데요, 저는 이 지점에서 모색해봄직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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