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엮어보자
스크립트 쓰면서 배운 점 2편. 1편은 이것. https://brunch.co.kr/@chaibschaibs/150
눈으로 봤을 때는 익숙하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들이 많다. 그냥 '문어체'라고 부르는 것보다 좀 더 나아간 느낌. 예컨대 '되도록'이나 '가급적' 같은 표현. 이런 말 이야기하면서는 잘 안 쓴다. (따져봤을 때 뜻이 완벽히 같진 않지만) 보통 '되는대로', '할 수 있으면', '웬만하면', '앵간하면(< 우리 팀 특)'같은 말을 쓴다. 약간의 세대감각을 얹어서 단어를 선택한다.
많은 기사는 보편성을 갖추기 위해서 최대한 친절하게-풀어쓴다. 한 번 풀어준다. 하지만 14F는 타겟이 있고, 콘텐츠 성격상 간결해야 하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다. 약간만 길어져도 바로 지루해진다. '이 정도는 이미 알고 있겠다' 싶은 건 생략하거나 줄인다. 이게 내용상 생략이 되기도 하지만, 단어의 생략이 되기도 한다. 보통 약어는 처음에 한 번 풀로 써주지만, 14F에서는 타겟이 충분히 알만하겠다 싶으면 바로 약어를 쓴다.
빤한 표현들이 있다. 문장을 마무리하거나 넘어갈 때 상투적으로 넘어가는 방식들. 특정 표현이라기보다는 넘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자체를 말한다. 문장의 존재 이유가 일종의 접속사 같은 것들. 주로 인트로나 아웃트로에서 많이 나온다. 영상은 인서트든 뭐든 넘어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어서 빼도 무리가 없다.
디테일한 내용도 생략하지만, 때로는 필요한 내용도 뺀다.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길다 싶으면 그 외에 전달할만한 정보는 제거한다. 그 말이 들어있어서 생기는 정보의 가치와 빠져서 생기는 전달력의 무게를 잰다. 스토리는 짜임새만 좋으면 길어도 상관없지만, 정보는 간결할수록 좋다.
정보는 없지만 효과가 좋은 말은 넣는다. 타겟과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일 수 있는 종류의 말도 그렇지만, 약간의 연기(?)나 감탄사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인간적인 매력을 더하므로 충분한 역할을 한다.
구성에서의 강약은 14F만의 콘텐츠 특성에 따른 내용이다. 소셜에서 유통되는 일반적인 콘텐츠와 달리 14F는 3-4가지 주제를 다룬다. 주제 하나만 가지고 만들어도 이탈하는 비율이 높은데, 서로 다른 내용으로 3-4꼭지를 구성해두면 더 쉽게 이탈할 수 있다. 구성에서의 강약조절이 필요하다.
4개의 주제를 다 뻑뻑하게 만들 수는 없다. 1-2개가 버겁다면 버거운 정도에 따라 2-3개는 스무스하게 넘길 수 있는 주제여야 한다. 세트메뉴 같은 거다. 햄버거도 종류 다른 버거 네 개를 한 세트로 팔진 않는다. 감자튀김도 있고, 콜라도 있다. 메인으로 먹는 햄버거가 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싼 와퍼를 시켜두면 콜라랑 감자튀김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불고기 버거 시켰으면 너겟이나 어니언링이라도 하나-두개 더 얹어 먹거나 콜라를 스무디 같은 걸로 바꾸는 것처럼. 어쨌거나 쟁반에 담긴 걸 다 먹었을 때의 만족감을 매일 비슷한 수준으로(장기적으로는 더 좋다고 느끼게)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