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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Jul 10. 2018

읽는 글, 들리는 글

스크립트를 쓰면서 배운 점

- 톤 고민. 머리속으로 그림 그리고 설명 상세하게 쓸 것

- 훨씬 더 단문으로 끊을 것

- 입말이 편하게 수정

- 컷마다 여러가지 생각 / 그림 그리기


간간히 남이 하는 영상 콘텐츠 작업에 손을 보탠 적은 있어도 내가 직접 영상 제작 단계에 참여해서 만들어 보는 건 처음이다. 일 시작한 지 3주가 넘어가는데도 배우는 것 투성이라 여기저기 생각난 것들을 적어서 다시 생각해보고, 공부하는 중이다. 위에 적은 건 촬영 초반에 현장에서 작성한 메모다.


지난 6월부터 MBC 14F 팀에서 모바일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데일리로 타겟 오디언스가 알면 좋을 만한 소식을 몇 꼭지 선별하고 소개한다. 형식적인 차별점은 신뢰도 형성에 좋은 지상파의 아나운서가 출연한다는 점. 내용적인 차별성은 타겟에 맞춰 만들어 나가야 한다. 가지고 있는 초기 상은 있다. 러프하게 소개하면 이 정도. 14F 콘텐츠의 세부적인 사항들은 좀 더 빌딩이 되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온갖 잡다한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데, 메인은 스크립트의 1차 책임이다. 기자로 일해봤으니까 지금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겠거니 싶어서 불렀다고 한다. 어쨌거나 쓴다,는 점에서 일 자체가 엄청 다르진 않을거라고 판단했는데, 일을 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애초에 영상에서의 소비를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글과 읽는 것만 고려해서 만들어지는 글은 여러 층위에서 다르다.



읽는 글과 들리는 글


글을 쓸 때는 혼자 구상하고,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취재를 거쳐 글을 쓴다. 그 동안엔 이 단계를 거쳐 A4 3-4장 짜리(대략 원고지 30매 내외) 정보성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다. 글로 작성되는 기사형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용이다. 다른 콘텐츠에서 내용이 안 중요하다는게 아니라, 기사는 로봇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형화된 문장의 패턴이 이어져서 형식의 핵심 요소인 문장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론 떨어진다는 거다. 그렇다고 신경을 안 쓰기엔 너무 기본적인 사항이긴 하다. 이러나저러나 기레기 되는 걸 피할 순 없지만, 말 어렵게 쓰면 대번에 기레기 소리 듣는다. 그래서 전달력에 문제가 없는지 작성하는 내내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개인적인 차이도 있을거고, 선배의 영향도 있을거다. 내 글을 처음 데스킹 해 준 편집장 선배는 단문으로 의미를 명확하게 끊어가면서 단어를 잘 활용해 읽는 맛을 잘 살리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문장을 길게 쓰는 편이지만, 일 시작하면서는 어지간하면 끊어가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이어짐은 어색하지 않은지, 군말은 아닌지를 보고 필요 없으면 과감하게 지운다. 읽는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키보드로 작성하면서 입으로 중얼중얼한다.


여기에 눈으로 읽는 글임을 고려해 신경쓰는 지점들이 있다. 의미 전달은 명확한지, 비유가 물리진 않는지, 접속사/술어/어미/조사/특정 명사 등이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사용되진 않았는지 등. 눈은 귀보다 빠르게 정보를 확인하기 때문에 하나의 글에 같은 단어가 몇 개만 있어도 쉽게 지루해진다.



기사와 다른 스크립트 쓰기


스크립트를 쓰면서 신경쓰는 건 대략 이런 지점이다. 작업을 하면서 다른 팀원의 이야기-의견을 들어보면서 자연스럽게 학습된 내용이다. 영상작업이 익숙한 사람에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이게 너무 신기하더라. 


단어가 들리는 상황을 고려한다

눈으로 끊기지 않지만 말은 끊기는 지점을 고려한다

단어의 시각적 전달력과 청각적 전달력을 달리 생각한다

정보는 최대한 압축한다

영상 / 자막 / 그래픽 자료를 함께 놓는다는 점을 고려해 정보의 중복을 가급적 제거한다

작성 - 편집 - 연출 - 아나운싱 - 영상편집의 각 단계와 주체마다 읽는 방식이 다르다

정보 전달 속도를 조절한다


대체로 기준점이 눈에서 귀로 옮겨가면서 생기는 차이다. 자막처리와 관련된 부분도 있는데, 그건 여전히 고민하는 부분이라 아직 정리가 어렵다. 만들고 있는 게 뉴스에 가까워서 차이가 비교적 적을 텐데도 이렇다. 여전히 배울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아서 약간 막막한 상황. 되는대로 처리하는 느낌도 좀 있는데, 하다 보면 또 나아지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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