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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Nov 26. 2018

앱등이가 되다

안드로이드 7년 쓰다가 애플로 넘어간 ssul

쓰고 나니까 TMI 장난 없어서 앞부분은 대폭 삭제(는 여기에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이폰으로 갈아 탄 이유는 세 가지 정도다. 1. 에어팟을 써 보고 싶어서 2. 애플워치를 써 보고 싶어서. 3. 하도 애플 좋다고 하니까 얼마나 좋은지 보려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 번 써 보고 싶은데, 몇 가지 제품의 평을 살핀 결과 에어팟 보다 좋다는 게 별로 없었다. 생긴 것도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콩나물이니 뭐니 말 많지만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도 배터리 문제 때문에 워낙 뚱뚱하게 나와서 별로 안 예쁜 건 매한가지였다. 웨어러블 워치도 마찬가지. 다른 몇 가지 리뷰를 살펴봤지만 애플워치보다 끌리는 건 없었다. 굳이 시계까지 살 이유가 있나? 싶은데 애플 제품만 몇 년 쓰던 한 선배는 앱등이와 아닌 사람의 기준이 애플워치로 구분하곤 했다. 나는 이 시계라는 게 정말로 쓸모가 있기는 한 건지 아닌지를 실제로 쓰면서 알아보고 싶었다. 어쨌거나 궁금한 두 종류의 제품을 써 보고 싶으면 애플 생태계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딱히 괜찮은 안이 없는 셈이다. 대체로 내가 만난 애플 유저들은 하나같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누텔라나 담배 같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니 이게 한번 맛을 보면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 같이 말하니까 대체 어떻길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왕 가는 거 세 개를 한 번에 구입해 훅 느껴 보는 걸로. 맥북은 안 샀는데,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아직 쓰고 있는 윈도우 노트북에 애정이 있어서 보류했다.


폐쇄적이지만 편리한 애플 생태계


스마트폰만 똑 떼놓고 봤을 때 iOS가 안드로이드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안드로이드가 훨씬 직관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갤러리 및 파일 관리, 뒤로 가기 같은 피쳐는 안드로이드가 종종 생각날 정도. 확실히 폐쇄적인 생태계라는 인상은 준다. 예컨대 테마 같은 부분. 다양한 테마나 위젯 같은 거 없고 기본 테마에서 배경화면만 바꿀 수 있게 한다. 안드로이드는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다양한 런처와 테마를 지원한다. 하다 못해 위젯도 iOS에서는 순서만 바꿀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에서는 위치와 크기를 바꿀 수 있다. 이런 건 표면적인 거고, 사용하는 동안에도 여러 측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폐쇄적이라서 나쁘다는 건 아니다. 자신들의 가이드에 맞는 서비스만 제공하는데서 느껴지는 어떤 자부심 같은 건 좋았다. 커스텀 백날 해도 결국엔 순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도 해당할 수 있을 듯. 그리고 그 생태계 안에서는 정말 압도적으로 편리하다.


애플은 자사 제품 간의 호환성을 대폭 올려놓은 폐쇄적인 생태계다. 애플의 디테일은 애플의 다양한 다른 서비스나 제품을 함께 사용할 때 빛을 발한다. 애플만의 생태계를 갖춰갈수록 더 편리해진다. 아이클라우드 용량 결제하고, 애플 하드웨어들을 종류별로 구비할수록 좋다는 뜻. 에어팟-아이폰의 연동이 그렇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쓴다'는 애플이든 다른 제품이든 똑같다. 하지만 다른 블루투스 제품들 블루투스 켜고 - 검색하고 - 버튼 꾹 누르고 - 등록하는 동안 에어팟은 뚜껑 하나 여는 것 만으로 모든 과정을 끝낸다. 애플워치는 핸드폰을 안 보고 있는 다양한 상황 - 주머니에 넣거나 - 엎어놨거나 - 을 알아서 감지하고 워치에서 알림을 줄지, 폰에서 알림을 줘야 할지를 적절하게 판단해 제공한다. 여기에 맥북을 추가하지 않아서 설명이 반쪽짜리가 된 느낌은 나는데, 아직까지 맥북의 필요는 못 느끼고 있기 때문에 뭐. 전체적으로 서비스 간 이음새를 무척 매끄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안드로이드-윈도우를 쓰면서 이런저런 앱을 써 가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사용자 경험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뚝뚝 끊기는 느낌이 났는데, 애플 생태계에선 그렇지 않다는 게 체감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어지는 공간을 매끄럽게 만드는 건 역시 디테일이다. 애플 제품들을 쓰면서 전반적으로 좀 더 디테일에 감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테일이라는 건 없을 때는 없는지 모르다가 있을 때 '이야- 이런 걸 해놨네'의 느낌을 주는 장치들이다. 그래서 이런 디테일이 없는 걸 썼을 때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어려운 게 일반적이다. 평균적인 수준을 갖춰놓는 건 그리 어렵지 않고, 그 이후에 디테일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올리는지가 어렵다는 걸 생각해보면 인정할만한 부분이다. 이하는 제품 각각에 대한 각평. 옛날 제품이니까 패스해도 된다.



아이폰 X :


기계 마감이 굉장히 우수하다. 이게 뭔 말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테두리의 선과 면을 잇는 느낌이 좋다. 유리와 스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물론 삼성 제품도 전반적으로 만듦새는 좋은데, 애플만큼의 느낌은 아니다. 실제로도 그렇기야 하지만 '더 비싼 제품'의 느낌이 물씬 난다. 감성충이니 뭐니 해도 체감하는 느낌이 그런 걸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산 건 실버 모델이고, 그냥 봤을 때 화이트인데, 이런 색감을 타사의 화이트 제품에서 느껴본 적이 없다. 미묘하게 짙고 진한 하얀색이 주는 느낌. 다른 기계도 마찬가지다. 애플워치도 그렇고, 에어팟도 그렇고 이 조그만 기계로 이 정도의 만족감을 준다는 게 사용자로 만족하면서도 처음 쓰는 거라 그런지 가끔 어이없다고 느낀다. 기계 담당이 아니었어서 이 정도밖에 표현을 못 하겠다.


카메라 테두리가 지나치게 각이 져 있는데, 이건 기본으로 케이스 사용을 염두에 둬서 그런가 싶다. 이런 비싼 폰을 완전 쌩폰으로 쓰는 사람 많지 않으니까,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애매하게 테두리 구분 흐려놓으면 오히려 케이스에서 뚫린 부분이 넓어진다. 노치는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나도 맨 처음에 봤을 땐 뭐 이런 게 있지?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카메라 전면은 확실히 별로고, 후면도 비슷한 레벨의 갤럭시보다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저조도에서는 확실히 좋다. 빛을 잘 잡는달까. 이건 내가 S8 기준으로 판단한 거라 지금 제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인물사진 모드(아웃포커싱)는 굉장히 편리하다. 나처럼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충 찍어도 있어 보이게 해 준다.


디스플레이도 무척 만족스럽다. 나는 기본적으로 파란 화면을 선호하긴 하지만, 트루톤은 색온도의 개인차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만족감을 줘서 항상 켜 놓고 있다.


페이스ID는 지문인식과 비교했을 때 편리한 것도 있고 불편한 것도 있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지문이 낫다. 기존 얼굴인식은 비교가 민망한 수준이고, 윈도 헬로도 훨씬 부족하다. 어느 정도 각만 잡히면 거의 문제없이 풀린 다는 점에서 괜찮은 옵션이긴 하지만, 원래 이런 건 안 되는 몇 번이 사람 짜증 나게 한다.

  

스테레오 스피커는 무척 만족. 플래그십이라고 해도 스테레오 하는 폰 많은데, 역시 스피커는 양쪽에서 나와야 좋다.


분할화면은 지원하지 않지만, 앱 전환이 굉장히 부드럽다. 하단 바만 쓸면 됨. 멀티태스킹 측면에선 분할화면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보다 훨씬 편리하다.


홈버튼을 애초에 안 써봐서 그런지 지금의 제스처가 불편한지 전혀 모르겠다. 일단 익숙해지니 불편하진 않다. 뒤로 가기 없는 거 좀 불편하긴 한데, 스와이프에 적응되니 좀 괜찮아졌다.


전반적으로는 요즘 나온 플래그십이 대체로 그렇듯 깔 게 별로 없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역시 충전기, 이렇게 비싼 제품에 고속 충전이 지원되는 충전기를 안 넣어줬다? 이거는 욕을 대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에어팟 :


마감에서 세 번 감탄하고 한 번 실망. 에어팟 헤드 부분 마감이 좀 아쉽다. 틈이 살짝 있어서 먼지가 낀다. 케이스도 자석 때문에 생활 먼지에 취약하다.


페어링에서 사용까지는 충격적. 그 정도일까? 싶었는데 그 정도다.


블루투스 이어폰에 18만 원가량의 돈을 쓸 가치가 있나? 물으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삶의 질이 달라짐. 이걸 한 번 쓰면 그냥 이어폰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개봉 후 2분 만에 좋은 소비였다고 결론 냈고, 아직도 후회가 없다. 아이폰 X는 그냥 그랬는데, 에어팟은 어디 가서 간증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폰을 쓰면 이것은 필히 구입해야 한다. 매번 '혁신은 없었다'라는 말만 나오고, 안드로이드-윈도우 쓰니까 에어팟 나왔을 때도 별 감흥 없이 지나갔는데 반응이 그냥 그랬던 게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나는 음알못이고, 번들 이어폰도 불만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질에 대한 평가는 패스.


애플워치 시리즈 3 :


웨어러블은 기본적으로 헬스케어 쪽에 가까운 제품이다. 운동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이걸 차고 다니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지가 맘대로 운동 목표를 설정하고, 조정하면서 사용자를 독려한다. 이 독려하는 멘트를 딱 적절하게 짜 놓은 게, 자칫하면 기분 나빠서 앱 지워버릴 수도 있는 건데 그 선을 잘 조절해서 적당한 수준에서 자극받게 만든다.


이거 저거 다 떼고 그냥 '시계'로 봐도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에어팟도 그랬지만 워치 본체도 조그만 조약돌 만지는 느낌이 난다. 앞의 두 제품처럼 마감이 진짜 좋다. 내가 시계에 별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비슷한 가격대의 시계랑 비교했을 때 그렇게 부족한지도 잘 모르겠다. 화면은 시계로 쓰기에 딱 적절한 수준인데, 작은 화면에서의 조작을 돕기 위해 측면 크라운이나 버튼, 터치, 스와이프를 활용해 사용성을 높였다. 터치화면이지만 의외로 크라운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다. 워치 페이스도 다양하고, 커스텀까지 가능해서 맘에 드는 화면으로 넣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앱은 여러 가지 있는데, 그렇게 많이 쓸 일은 없었다. 시계의 기본 기능 + 스마트폰의 세컨드 스크린에 요구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알림을 대신 받아 본다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편리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전화 기능도 기대보다 훨씬 좋다. 에어팟으로 사용하면 무척 편리하다. 워치로 전화를 받고, 에어팟으로 말하고 들으면 된다. 애플페이까지 됐으면 훨씬 좋았겠다 싶어서 그거 하나 아쉬운데, 이미 이 상태에서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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