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IBS Dec 04. 2018

반말을 존댓말로 바꿔보자

크롬 확장 프로그램 '존댓말'

스터디에서 크롬 익스텐션을 하나 만들었다. 대략 이런 프로그램.

말에서부터 위아래가 있는 장유유서의 나라 한국에서 평문은 '반말'로 취급된다. 반말 자체는 죄가 없지만, 그 위엔 존댓말이 앉아있어서 문제다. 말의 위계는 사회적인 위계에도 영향을 준다. 내가 상대방을 낮잡아본다면 반말을 쓰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존댓말을 쓰게 된다. 종종 말의 형식이 생각의 위계를 정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높은 사람의 생각은 높은 생각이 된다.

이처럼 존댓말을 좀 더 들어줄만한 말로 해석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이야기는 존댓말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게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볼 기본적인 자세를 마련해주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 그게 아니더라도 피식 하면서 풀릴 수도 있는 상황을 생각해봤다. 말이 거창한데 ㅋㅋ 그냥 생각해보다가 이런 게 되지 않을까 해서 했다! 가 제일 가깝긴 하다.

- 네이버 댓글의 어미를 존댓말에 쓰이는 어미로 바꿉니다.(ex. 해라 > 하세요)
- ㅋ와 ㅉ를 안 보이게 합니다.
- '새끼'와 '놈'은 '님'으로 변환합니다.
- 특정 아이디의 사용자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찾아 바꾸기' 수준의 기능이다. 자연어 분석이니 뭐 그런걸 시도하진 않았다. 어차피 학습하는 차원에서 심심풀이 삼아 만들어보는 거고, 가볍게 뭔가 하나 같이 만들어 본다는 데 의의를 뒀다.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쓰는 말이 다양해봤자 유형을 정리하면 몇 가지 안 될 거라고 생각했고, 처음엔 정규표현식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다.



완벽한 맞춤법은 ㄴㄴ

정작 만들면서는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아 굉장히 당황했다. 우선 댓글에선 완벽한 맞춤법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럴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지만 막상 처리하자고 보니 더 심하게 느껴졌다. 처음에 틀을 만들기 위해서 신문에서 많이 쓰이는 종결어미 순위표를 참고했는데, 아무래도 일상생활에서 쓰는 문장과 괴리가 많아서 별 도움이 안 됐다.

'했다' 같이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종결어미가 '햇다' 로 쓰이는 경우는 예사다. 키보드는 습관적으로 시프트를 손에 얹겠지만, 핸드폰의 가상 키보드를 두들기는 손에도 그런 습관이 들어있는 것 같진 않았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종결어미를 알리는 문장부호인 마침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침표는 사실 그리 기능이 있는 부호라고 보긴 어려운 게, 내용상으로 이해했다면 띄어쓰기만 대충 해 줘도 어디서 문장이 끊어지고 아닌지 내용상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요즘처럼 채팅 많이 하면 더 필요 없는 게, 이거 쓰면 약간 정색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침표가 왜 중요?
마침표가 있고 없고 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존댓말은 대부분 문장의 끝을 바꾸는 작업이어서 문장의 끝을 명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서 이어지는 말로 쓰는 단어를 문장 종결 어미로 바꿔버릴 수 있다. 의미를 보면서 읽으면 끝이 어딘지 알기 쉽지만,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확장 프로그램에서 문장의 끝을 알아보는 기준을 마침표(.)와 동등하게 스페이스( )를 해 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
        "search": "해라 ",
        "replace": "하세요",
        "type": "normal"
},

문장의 끝을 스페이스와 마침표로 확인하다 보니 중간에 있는 단어를 바꾸는 경우가 빈번했다. 뒤에 말이 있냐 없냐고 구분하기도 어려운 게, 댓글이 한 문장이 아니고 ㅋㅋㅋㅋ < 같은 걸로 끝날 때도 있다. 그래서 주로(전부는 아니더라도) 문장의 끝에서 사용되는 것만 데이터 셋에 넣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 프로그램을 썼을 때 변환이 안 되는 어미는 물론 우리가 추가하지 않은 게 첫 번째 이유지만, 두 번째는 문장의 중간에서도 너무 빈번하게 쓰이는 말이라서다. 이런 경우 바꿔버리면 멀쩡한 한 문장을 둘로 쪼개는 일이 돼 버린다. 아마 다음번 업데이트를 만든다면 이 부분을 특히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끝부분을 좀 더 확실하게 아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


추후 업데이트 계획


없진 않은데 이거 뭐 각 잡고 만든건 아니라서 ㅎ_ㅎ 나-중에 하지 않을까 싶음. 

매거진의 이전글 비전공자를 위한 데이터분석 툴 '다이브'를 알아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