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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깔깔씨 Nov 08. 2024

GANZI~ 챙겨

눈뜨고 코베인

선물이라고는 줄을 모르는 남자과 함께 산지 14년

내일은 의미 없는 결기

뜬금없이 최신 갤럭시워치 7을 사주겠단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몇 달 전 알리에서 20만 원 정도 되는 거금을 주고 중국산 워치를 쓰더니, 성능도 좋고 배터리 수명도 장난 아니고 진짜 좋은데 갤럭시랑 호환이 잘 안 된다며(그럼 그게 안 좋은 거 아닌가?), 당근에서 갤워치 5를 5만 원에 사 온 사람이다

알리에 당근에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자기 거만 산 게 미안해서 그랬을까?

"새거 필요 없어 지금 쓰는 거면 충분해"

(내 갤럭시핏은 딱 기본기능만 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워치다)

"아냐, 자기 운동할 때도 그렇고 일할 때도 기능 있는 거 쓰면 좋을 거 같아"

"필요 없다니까 몰라 알아서 해"


로켓으로 바로 다음날 도착

동그란 얼굴, 뽀얀 스트랩

깔끔하고 이쁘다

팔목에 둘러보니, 촥~ 감기는 게 느낌도 괜찮고 새 거가 좋긴 좋네



이제 폰이랑 연결 좀 해볼까?

어?

어?

왜 폰에서 워치를 못 잡지?

기존 꺼 연결취소를 해야 되나 보다

핏 연결 취소하고, 다시 해 보자 보자

어?

어?


"자기~ 이거 왜 연결이 안돼? 와볼래~"

"(워치한 번 내 폰 한번 만지작만지작하더니) 이상하다 잠깐만 있어봐"


"(인터넷 검색하고, 전자기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동생과 통화를 마치고 나라 잃은 표정으로 나오더니)

이 폰 작년에 업그레이드 끝나서, 워치랑 연결이 안 된대"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무슨 소리야 그런게 어딨 어"

(내 폰으로 말할 것 같으면  노트 9로 올해 6년째. 이게 왜? 뭐? 최근 들어 살짝 느려진 것 같지만, 쓸만한 중. 그이도 같은 거)

"와~ 뭘로 사나 고민만 했지, 이게 연결이 안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진짜. 아흐 증말~ 혹시나 워치 문제인지 모르니까 ㅇㅊㅇ거랑 연결해 보자"

(이은찬 초6 우리 아들, 제 이야기에 종종 등장할 예정입니다 신랑과 톡으로 주고받을 때 ㅇㅊㅇ라고 씀)

"어 이건 된다"


이때부터 잘못된 거다


워치에서 전화 걸고 받고, 톡 내용도 다 볼 수 있고 좋다며, 워치 화면에 본인 최애 세븐틴 정한이 얼굴도 넣는다



"이은차이~ 엄마껀데 그 사진을 왜 느까?"

"아니 일단 기능이 뭐가 있나 테스트해 보는 거야

근데 이거 진짜 좋다 엄마 어차피 엄마는 못쓰니까 일단 제가 쓸게요(이럴때는 세상 공손하다)"


불안하다

등골이 서늘하다

내 건데, 내 건데, 정말 내 건데...


맞다

이 시키한테 뺏겼다

눈뜨고 코베인 격이다


며칠

그가 당근으로 미개봉 S23FE를 45만 원에 사 왔지만, 내 손목엔 모두 다 예상한 대로 그거다

핏!


동그랗고 뽀얀 그건 아들 손목에 있다

이거 결기선물 아니었던가!




며칠 후 밥 먹으면서 물어봤다

"은찬아 워치 그게 왜 좋아?"

"시계 나와서"

"야! 이것도 나오거든? 그거 말고"

"걸음수도 나오고"

"장난해? 이것도 나오거든? 솔직히 말해 뭐야 왜 좋은 거야?

뭐가 그렇게 좋아서 엄마 꺼 뺏어가서 안 주는 건데?"

"... 간지?"


아~간지였다

담임선생님과 친한 아들은 학교 가서 바로 담임선생님께 보여줬더니, 장난기 많은 선생님께서 자기는 돈 없어서 최신 거 못 사고 좀 된 거 샀다며 곧 월급 받아서 그걸로 갈아탈 거라고 하셨단다

이런 시시껄렁한 대화가 얼마나 재밌을 거야


솔직히 나는 처음부터 최신워치도 필요 없었고, 처음 ㅇㅊㅇ가 찼을 때부터 나에게 돌아오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항상 무음으로 해놓는 아들이 워치를 차고 있으니 전화도 바로바로 받고, 솔직히 더 편하다

원래 본인게 아니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관리도 더 잘하고 스크래치 안 나게 조심조심 쓰는 모양이다

겉으로만 내놔라 내놔라 엄마워치 뺏어간 나쁜 시키 나쁜 시키 했지, 속마음은 아니었던 거다


워치 하나에 GANZI를 외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내 GANZI보다 아들의 GANZI가 더 뿌듯한

나도 어쩔 수 없는 K-엄마인가 보다


GANZI~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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