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까 꼰대소릴 듣지

by 임석재


"내려와서 씻어! 거기서 씻으면 몸의 때가 어디로 가겠어!"


"아니, 어르신.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성은 점점 커진다. 목욕탕이라 더 크게 울린다. 다들 숨죽이고 이들의 대화를 듣는다.


"목욕탕에는, 엄연히 몸을 씻는 곳이 따로 있는데, (온)탕 주변에 앉아서 뭐하는 거야!"


"아니, 어르신. 제가 때를 씻다니요? 저는 제 다리에만 물을 붓고 있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라는 겁니까."




80은 넘어 보이는 알몸 할아버지와 70은 되어 보이는 알몸 할아버지 사이의 말다툼.


정확히 말하면,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의 일방적인 호통이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알몸 할아버지들과 어쩌다 보니 바로 옆에서 그 말다툼(호통)을 듣고 있어야 하는 40대 중반의 알몸의 나까지 모두 뻘쭘하다.


몸 이곳저곳에 비누칠을 하다말고 목욕탕에서는 공중도덕을 지켜야 한다며 쩌렁쩌렁 호통치는 한참 형뻘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일까? 정의감?

엉뚱한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거니 '꼰대'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하는 한참 동생뻘 할아버지는, 또 무슨 생각일까? 억울함?


뭐가 맞는지, 누가 옳은지, 잘 모르겠다.


"거기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 말고 누구 말이 맞는지 솔직히 말해 봐"


형뻘 할아버지가, 아니면 동생뻘 할아버지가 그때 내게 물었다면 퍽 난감할뻔 했다. 불똥이 튀지 않아 다행이다.


이제 겨우 10살 된 아이와 함께 할 때도, 둘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둘 다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할 때가 있다.


벌거벗은 몸처럼, 벌거벗은 마음처럼, 그렇게 난감할 때가 있다. 그렇게 답하기 곤란할 때가 있다. 가끔. 종종. 때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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