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몇 달은 됐다. 조금 불편했지만 그냥, 참고 살았다.
그렇게 큰 불편 없이 조금씩 적응해간다 생각했는데 때때로, 순간순간, 답답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도 그렇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직접, 고치기로.
미루지 말고 진짜 바꾸기로.
하자, 라고 생각을 하니 머릿속으로 순서가 착착, 잡혔다.
무엇을 살펴봐야 할지, 그렇다면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차례차례 떠올랐다.
야심차레 욕실 문을 열었고 의자에 올라 전등을 살펴봤다.
문과생이 뭘 알까 싶지만, 일단 들여다봤다. 꼼꼼하게, 봐도 까막눈이기에 솔직히 처음에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뜯어야 할까? 따로 순서가 있나'를 싶긴 했다.
그러다 결국, 그냥 뜯었다. 딱히 생각나는 방법은 없었기에.
물론 조심조심!! 혹시 감전될 수도 있으니 손에는 두툼한 목장갑까지 끼고. 장비 하나가 주는 안정감은 역시 어마어마했다. 많이 불편했지만 덕분에 많이 안심됐다.
그리고 차분하게 드라이버를 이용해 조여진 나사를 하나하나 풀었다. 그러니 어렵지 않게 천장에서 전등을 분리가 됐다.
'이거였구나!'라는 짧은 탄식 어쩌면 환희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는데 전등 안쪽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까막눈인 내가 잠깐 봐도 이렇게 간단한 것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몇 번이나 다녀갔다니, 기가 차기도 했다.
몇 달 전, 어느 날부터 욕실 등에서 때때로 연기가 났다.
누전되는 냄새도 노릿하게 나니 아내는 겁난다며 불켜기를 두려워했고, 아내와 나는 당연히(?) 전기분야 전문가가 아니니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다.
"여기 OOO동 OOOO호입니다. 화장실 전등에서 연기가 계속 나요. 저희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타는 냄새도 나고 불안하네요. 오셔서 한 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연락을 드릴 때마다 2인 1조가 떴다. 그때마다 꽤나 열심히 살피셨다. 다용도실에 가서 배선도 보고, 두꺼비집도 보고, 당연히 화장실 천장도 일부 뜯어서 안쪽을 연신 들여다 보셨다.
과연 전문가구나, 싶을 만큼 문제는 없는지 이것저것 확인하셨다.
그런데
"전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우리도 왜 연기가 나는지는 알 수 없네요"
"네? 너무 불안한데 불이 나면 어쩌죠?"
"아, 당연히 불안한데 문제는 없어요. 또 이러면 연락주세요. 그때 또 봐볼게요."
답답하기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전문가가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전세라 뭔가 적극적인 액션을 주도적으로 취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한숨을 폭, 쉬며 현장을 전하는 아내에게 "임대인에게 내가 상황을 전할게. 집 상태에 대해 고지는 해줘야지."라고 말했다.
"알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변한게 아무 것도 없는 상태,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 더 몸을 사리게 됐다.
전문가가 문제가 없다고 몇 차례 확인을 해줬지만, 화재 위험을 안고 살 수는 없었다.
아내와 결심했다.
"전등을 사용하지 말자!"
그런데 창이 없는 아파트 욕실의 구조상 어두워도 너무 어두웠다.
아내는 센서등을 생각해냈다. 당장 다이소로 갔고 2,000원짜리 센서등 하나를 구입했다. 다행히 센서등은 그런대로 쓸만했고, 아이와 나는 센서등 버튼을 누르는 재미까지 있었다.
그렇게 살았는데 며칠 전부터는 센서등마저 흐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또 사올까?"
아내가 물었다. 다시 또 센서등을 살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 출근을 위해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데 '어둠이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나도 느닷없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그동안 아이도 꽤나 불편했겠다 생각했다.
어쩌면 몇 달 동안 아이의 솔직한 감정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토요일 오전,
인터넷 검색으로 가까운 전등업체를 확인했고 바로 전화했다.
"전등 안쪽이 그을려 있는데 이걸 가지고 가면 교체할 수 있을까요?"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업체에 도착해 규격화된 전등 하나를 구입했다. 8,800원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새 전등에 전선 두 가닥을 꽂으니 욕실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밝아졌다.
순간 기뻤고, 순간 뿌듯했다.
30분이면 해결될 일을... 8,800원이면 해결될 일을...
이럻게 간단한 것을 가족 모두가 몇 달을 불편하게 살았다.
지나보니 욕실 전등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나도, 아내도, 아이도 "괜찮아. 뭐, 그냥 살면 되지 뭐"라고 말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우리는 미련한 게 참 많이도 닮았다.
주말 아침, 전등 하나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결론은, '괜히, 참고 살았다'라는 것! 앞으로, '참고 살지 말자'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