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 않았다. 2년 이상 살아보니 이제 알겠다.
아파트 1층 살이는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다는 것을.
다행인 것은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동네도 아늑하고 깔끔한데다 전망도 너무나 좋은 아파트 13층에 살았다.
다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 아래층의 할머니가 층간 소음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억울했다.
당시 녀석의 나이는 세 살. 만으로 두돌이 조금 지났을 때라 뛰지 않을 때였다.
더욱이 내가 논문을 준비하느라 아이는 아이엄마와 함께 반년이 넘게 인천 외갓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나는 낮에 회사에 가고, 밤에 늦게 들어와 조용히 서재에 있으니 층간소음? 유령이 뛰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새벽 4시에도 런닝만 입고 올라오시는 할머니께 낮에도 밤에도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집에 사람이 없다고, 아파트는 배관을 타고 건너편 소음도 아래아래집, 위에 위에 집 소음도 들릴 수 있다고, 하지만 저희집은 정말 하루종일 사람이 없다고.
경비아저씨도 그집에는 애가 없다고 설명하시고 (경비실에도 여러번 찾아간 듯 했다.)
고향에서 보낸 사과즙까지 드리며 설명을 드렸지만 화를 내셨다.
젊은 사람이, 미안하다고, 알았다고 조심한다고 하면 되지, 그걸 발뺌한다고.
미안? 죄없는 어린애를 죄인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논문을 마치면 아이가 집으로 다시 돌아올테고, 그때는 정말 크면서 아장아장 걸을텐데...
애가 죄인이고, 애를 키운다는 사실만으로 죄인이 될 순 없었다.
결국 집을 팔지도 않고, 조금 떨어진 다른 지역의 아파트 1층 집을 계약해 이사를 갔다.
양가 어른들의 걱정처럼 1층은 역시나 낮에도 어둡다. 겨울은 유독 혹독하다. 난방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계절이 자유롭다. 낮에도 밤에도 여유가 넘친다. 남의 눈치 안보고 우리가족만 잘 살면 된다.
그렇게 녀석과 우리 부부는 1층에서 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