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by 임석재

아이의 작은고모와 함께 건강검진을 예약한 아이의 할머니가 며칠 전 내게 말했다.


"이번에 수면내시경 할 때, 혹시 모르니까(나이가 있어 수면내시경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누나가 먼저 하고 나는 그다음에 니 누나 수면내시경에서 깨면, 그때 수면내시경 해야겠어."


수없이 건강검진마다 수면내시경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가 수면내시경을 하고 이후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을.


내가 지금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아이의 할머니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란 걸 그날, 처음 깨달았다. 생각이 한번 열리자 보이지 않던, 가려졌던, 들리지 않던 풍경이 내게 서슴없이 다가왔다.


다른 지역이지만, 나도 어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때 접수를 진행하던 어떤 어르신의 질문에 담당 직원이 답했다.


"우리 병원에서 65세 이상은 수면내시경을 해드리지 않아요. 일반내시경으로 하시겠어요?"


수면내시경이 선택사항이 아닐 수도 있단걸, 특정 연령을 지나면 선택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걸 알았다.


문득 '개인차는 있겠지만 삶이 어떤 숫자에 다가갈수록 그 삶의 선택은 그 넓이도, 그 깊이도 점차 줄어들기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지금 이순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식상하지만 소중한 말이다.


선물 같은 하루, 선물 같은 사람.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귀히 여기는 하루를 오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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