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타는 기분이라고?

by 임석재

겨울이 되면 다양한 놀거리가 있다. 눈싸움, 스키, 스케이트, 썰매 등등. 요즘은 지자체마다 무료 혹은 저가에 이런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아졌다.


우리 가족의 경우 겨울이 접어들면 시에서 운영하는 스케이트장 개장이 언제인지를 기다린다.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유독 스케이트만은 여름에도 "겨울이 되면 꼭 가자"고 할 정도로 기다리기 때문이다.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 세상에서 '우리집'이 가장 신나고 좋은 아이. 이런 이유로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 중 우리 부부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많지만, '아들'을 가진 부모로서 나름의 걱정도 분명하다.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재작년, 작년부터 달라졌다.


작년에는 아이는 외투 없이 티셔츠 한 장만 입고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매일 한 시간씩, 내달렸다.


운동량이 늘어나니, 없던 식욕도 샘솟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먹는 식사량과 간식량도 거짓말처럼 훌쩍 늘었다. 당현히 방학동안 껑충 컸다. (물론 기분 탓일수도 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특히 우리 아이에게는, 실로 엄청난 변화다.


재작년에 처음 경험했었다. 그때 아이의 모습은 하도 답답해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운동신경이 부족한 편인데다가 조심성이 많은 탓에 스케이트화를 신고 난간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낑낑거리며 제자리에서 발만 엉거주춤 내디뎠다. 그 모습이 답답해서 아내와 나는 "아들, 앞으로 쭉쭉!! 발을 번갈아 가며 내밀어야 해. 한 발을 쭉! 그다음은 반대편 발을 쭉!"이라고 한 시간 내내 설명했다.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하지만 아이의 실력도, 발걸음도 제자리걸음이었다. 아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도 하고 있단 말이야"라고 원망스럽게 말했다. 보는 부모도, 타는 아이도 재미있을 리 만무했다. 그 뒤로 한 번인가 더 가보고 스케이트장은 우리 가족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작년, 회사에 있을 때 아내가 보내준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의 모습은 작년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손잡이가 달린 펭귄 모양의 '초보자용 보조기구'의 도움은 있었지만, 분명 아이는 스케이트장에서 '씽씽' 달리고 있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탓에 밀집도가 어마어마했고, 심지어 같은 초보자들끼리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키고 쿵쿵 넘어지는 아수라장이었지만 아이만은 요리조리 잘 미끄러져 피해 다녔다.


아내의 설명처럼 아이는 '펭귄 중에서는 국가대표'였다.


보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흥이 나는 스케이트. 당연히 이튿날도 계속됐고, 그다음 날도 아이는 도서관이 아닌, 스케이트장을 가자며 조르기 시작했다.


삼일째는 나도 스케이트 대열에 합류했다. 나도 보조기구의 마법을 체험해 보고 싶어 아이에게 '아빠 한 번만 보조기구 빌려줘'라고 말하고 씽씽 타려다 큰 코 다칠 뻔, 아니 큰 엉덩이 다칠뻔했다.


아이는 보조기구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재미로 신바람이 난 것이 분명했다.


'무엇이 아이를 이렇게 신나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스치는 찰나, 아내의 스케이트가 슥 미끄러져 옆으로 다가왔고, "왜 이렇게 신나게 타는 줄 알아?" 라고 싱긋이 웃는다.


"오토바이를 타는 기분이래"라고 한다.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는 아이가 그런 기분을 느꼈다니! 황당했지만 제법 귀여웠다.


무튼, 아들! 그렇게 '씽씽' 바람을 가르는 기분이라는 거지? 아빠도 엄마도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며 땀을 뻘뻘 흘리는 아들을 보니 흥이 절로 난다. 그러니 아들도 '씽씽' 달려라.


올해도 우리가족은 시의 협조하에 아이를 무럭무럭 잘 키워볼 생각이다. (그러니 어서 개장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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