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폴리피자 Jun 15. 2023

자전거를 타니 행복하네요

페라리 부럽지 않네요.

요즘 날씨가 좋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러나 6개월 된 아가는 나만 보면 두 손을 쭉 뻗는다. 안아주다 보면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간다.


아이를 안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아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고 온 우주인가 보다.


아내는 아이와 함께 지낸 뒤로 항상 지쳐있다. 


내가 공동육아라며 옆에서 거둔다. 엄마만큼은 못한다.


오후 서너 시 정도면 잠깐 나갈 수 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동네산책을 간다. 


그러다 자전거가 생각났다. 


아이 낳기 전에 값비싼 자동차 대신, 따릉이를 타고 데이트를 했다.


작년에 아내가 임신하고 항상 붙어 다니느라 자전거 구경도 못했다.


3년 전에 퇴사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자전거를 타러 갔다. 


마음이 답답했다. 우울해서 신나게 페달을 굴리며 해방되고 싶었다.


늘 붐비는 한강변 자전거 도로도 평일 오전에는 한적했다. 


세상 사람들 모두 열심히 일하러 회사 가는데 나 혼자 방황하는 기분이 들었다. 


당시의 그 막막함은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굴려도 해소되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잠깐 벗어날 수는 있어도 결국엔 그 문제를 해결하러 뛰어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걱정과 불안이 해소된다. 그 불안의 원인을 어떻게 서든 부딪혀 싸워가며 해소해야 한다.


회피는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문제와 함께 뒹굴며 오히려 익숙해져야 한다.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그때 느낀 감정이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뭘 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먹고 살지 두려웠다. 


지금도 여전히 그 과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그때 보단 덜 불안하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3년 가까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 쳤다. 지금은 오기가 생긴다.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참 상쾌해진다.


걷기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고 갈 수 있는 거리가 정해져 있다. 


자전거는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갈 수 있다.


그래서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장면이 달라지고 감각이 열린다. 


신나게 달리다 호기심에 골목을 누비기도 하고 목이 마르면 잠깐 내려 목을 축인다.


한강을 따라 저 멀리 빠르게 가는 라이더도 있지만 나처럼 도시의 비좁은 골목을 찾아다니는 라이더도 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도 좋다. 나는 사람들의 일상을 눈으로 보고 관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눈에 띄는 가게나 풍경을 보면 잠깐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구나 하면서 재밌어한다.


나는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좋다. 


꼭 비싼 자전거와 복장이 아니어도 좋다. 


따릉이 하나면 충분하다. 심지어 어린이용 따릉이가 오히려 골목길에서 더 편하다. 


자전거 타기는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 겁주기와 겁먹기 사이 어딘가에 틈이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