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장 볼 수 없는 사람이 될 것처럼

Three Days To See

by 착한별

요즘 들어 '감각'에 대해 관심이 더 생겼다. 호기심이 많은 편인 나는 감각으로 알아보고 감탄하는 것을 좋아한다. 시각과 청각이 섬세한 건 타고나기도 했고 직업적으로 길러진 부분도 있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내가 감각한 것들을 다른 형태로 남기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그림이나 음악 또는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글'이다. 나는 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발견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발견'이라는 단어도 좋아한다. 무심한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나 혼자 발견했을 때 무척 기쁘다. 그걸 글로 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발견한 것이 많아서 도저히 쓰지 않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어떻게 쓰지 않을 수가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들 중에 <이혜성의 1% 북클럽>이 있다. 어제는 헬렌켈러가 쓴 에세이가 포함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책에 대한 소개 영상이 올라왔다. '우리가 아는 그 헬렌켈러 이야기잖아. 뭐 별다른 게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틀어놓고 딴 일을 하다가 점점 집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우리의 신체 기능과 감각들을
무심하게 사용합니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오직 청각장애인만이 알며,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시각장애인만이 깨닫습니다.
- 헬렌 켈러-


이혜성 아나운서가 낭독해 주는 글을 듣다가 '무심하게'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다. 무심하다는 건 당연하다고 느낀다는 말일 테다. 태어날 때부터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었으니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갖고 있는 감각이기에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산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 감각을 잃어본 적이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고 축복인지 청각 장애인, 시각 장애인만이 깨닫는다고 헬렌 켈러는 말한 것이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 은 헬렌 켈러가 53살에 쓴 글이다. 아기였을 때 열병으로 감각을 잃은 그녀는 남들처럼 보고 듣고 말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고 쓴 글은 볼 수 있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님을 자각하게 한다.

세상을 볼 수 있는 3일이 주어진다면 그녀가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첫째 날은 집 안에 있는 작고 단순한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고 했다. 둘째 날은 동트기 전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바라보고 '인간', '자연',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날은 현재 사람들이 일하며 사는 세계가 궁금하다고 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서 보고 싶단 말도 했다.

실제로 그녀에게 볼 수 있는 사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우리가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것들을 그녀는 딱 사흘밖에 볼 수 없으니 하나하나 눈으로 담는 마음이 달랐을 것이다. 다시 볼 수 없는 세상으로 돌아갔을 때 보았던 것들을 기억하며 살려고 꼼꼼히 보았을 것이다.

그녀가 사흘만이라도 있었으면 했던 '볼 수 있는 날들'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그녀는 우리에게 한 가지 귀띔을 해주었다.

출처 이혜성의 1% 북클럽
출처: 이혜성의 1% 북클럽
ON 문장: 내일 당장 볼 수 없는 사람이 될 것처럼 당신의 눈을 사용해 보세요.

'내일 당장 볼 수 없는 사람이 될 것처럼 당신의 눈을 사용해 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나니 지금 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인지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볼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사흘뿐이라면 잠도 안 자고 사랑하는 아이를 보고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다.



어제 영상으로 먼저 만난 책을 바로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찬찬히 읽으면서 누군가가 간절히 보고 싶었던 세상을 볼 수 있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일 당장 볼 수 없다면'이라고 생각하니 세상을 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쓸데없고 이상한 것들에 눈돌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글로 제대로 잘 표현하고 싶다.


누군가 '이것은 OOO에 대한 의미를 전하기에 좋은 재료다!'라고
알아보면 그때부터 가치가 생긴다.
가치가 대상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좋은 눈을 가지면
어떤 재료든 좋은 창작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방점은 '모으기'가 아니라 '알아보기'에 있다.


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 씽킹』에 보면 '좋은 눈을 가지면 어떤 재료든 좋은 창작물로 승화시킬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도 좋은 재료를 '알아보는' 좋은 눈을 갖고 싶다.

내일 당장 볼 수 없을 것처럼 나의 눈을 소중히 사용하면서 좋은 창작 재료들을 알아보고 그것을 잘 표현해서 글로 쓰고 싶다.


ON 문장: 내일 당장 볼 수 없는 사람이 될 것처럼 당신의 눈을 사용해 보세요.
OWN 문장: 소중한 나의 눈으로 좋은 재료를 알아보고 글로 제대로 쓰고 싶다.
이전 08화내버려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