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한다. 내 뱃속에 있던 녀석이 세상에 나온 것도 신기했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빨간 얼굴에 미처 못 뜬 눈으로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체. 이 아이를 만난 후로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더 맑아지고 밝아졌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나도 모든 것에 눈이 갔고 아이의 놀람, 감탄, 행복의 눈빛이 나에게도 똑같이 생겼다. 살면서 무수히 보았던 것들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보게 되는 경험을 했다. 나는 원래도 곁에 있는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영향받으며 행동을 따라 하는 사람인데 그 대상이 내가 낳은 아이가 되니 나도 아기처럼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땅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 꽃잎 하나도 예사롭게 보지 않는 아이 옆에서 세상을 감탄하는 날이 늘어갔다. 그러면서 나의 행복도가 올라갔다. 아이가 주는 기쁨도 있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애정 어린 눈으로 새롭게 보기 시작하면서 삶이 가득 차는 느낌을 받았다. 오! 아! 아하! 우아! 우리는 매일 감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둘 다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함께 그림책을 사랑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나 보다. 그림책을 보는 동안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다. 그것은 그림이기도 했고 연상되는 누군가의 감정이나 추억이기도 했다.
아이는 나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도 시든 꽃을 보고 "누가 좀 안아줘야겠다"라고 말했다. 잘린 나무 밑동을 쓰다듬어주고 매일 아파트에서 만나는 까치에게는 너도 입주민이냐고 말 걸었다. 거실 창에 붙어있던 벌레에게는 잠시 쉬어가라고도 했다.
요즘도 집에 오면 등하굣길과 학교에서 본 것들을 나에게 말해주느냐고 끊임없이 얘기한다. 나는 아이의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 그렇게 눈에 실컷 담고 오늘 하루에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통역사 시절에 통역하는 건 힘들었지만 통역하는 내용들이 너무 궁금하고 신기해서 버틸 수 있었다. 내가 몰랐던 것들을 자세히 보는 것도 신기했고 그 문제점들을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걸 보는 게 재밌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순간들에 몰입했던 것 같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6년 동안 아이디어 내는 팀에서 통역했으니 얼마나 보고 생각하는 훈련이 많이 되었겠는가. 그래서인지 나는 뭘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이 드는 동안 재밌고 행복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자세히 보고 발견하고 감탄하는 일이 일상이다. 이런 나랑 함께 10년을 산 아이도 나랑 쿵작이 잘 맞는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세상은 감탄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ON 문장: 인생의 행복의 원천은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
이혜성의 1% 북클럽에 출연한 박웅현 작가는 보는 사람의 눈 속에 행복이 있다고 했다. 그 눈은 감탄의 순간들을 알아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보지 못하지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는 것. 누군가는 그것을 시로, 글로 쓰겠지만 굳이 쓰지 않아도 발견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무척 와닿았다. 내가 행복하고 기쁠 때가 그런 걸 발견했을 때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그런 눈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서 이다. 그게 바로 행복의 비밀이라는 걸 알아서이다.
요즘 내게 온 문장으로 나의 문장을 만드는 쓰기를 하면서도 문장 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기쁘다. 그걸 알아본 내가 글로 풀어내고 있는 순간도 행복하다. '알아보는 눈'이 내게 있어서 감탄할 줄 아는 나라서 감사하다.
ON 문장: 인생의 행복의 원천은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
OWN 문장: '알아보는 눈'이 내게 있어서 감탄할 줄 아는 나라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