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나의 모양을 알게 된다
참기름에 미역을 볶는 조리법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올해부터는 다른 레시피로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 자른 미역을 20분 불리는 동안 양지는 핏물을 뺀다. 양지를 끓여 불순물을 건져내는 동안 불린 미역을 꼭 짜서 국간장, 마늘, 멸치액젓으로 밑간을 해둔다. 그렇게 미역과 양지는 각자 준비된 후에 만난다. 중 약불로 두 재료가 어우러져서 풍미가 생길 때까지 푹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금 간을 하거나 참기름 한 방울 넣고 약불로 끓이고 마무리한다.
미역국을 끓이다가, 몸에 나쁜지 모르고 참기름에 미역 볶던 때가 우리의 2030 젊은 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역과 양지가 만날 준비를 하는 시간은 남편과 내가 만나기 전에 보낸 시간 같았다. 미역과 양지처럼 우리도 만날 때가 되어 만난 거란 생각이 든다. 서로 부대끼고 부딪히며 함께 잘 지내는 법을 알아간 지난 11년이, 중 약불로 푹 끓인 미역국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 삶의 풍미를 올려준 화룡점정 참기름 한 방울은 아이다.
ON 문장: 정반대로 생긴 사람을 만나면 비로소 나의 모양을 알게 된다.
<상극의 희극>이라는 책의 작가 소개에서 '정반대로 생긴 사람을 만나면 비로소 나의 모양을 알게 된다.'라는 문장을 만났다. 책 전체의 내용을 관통하고 있는 이 문장을 보며 올해 12년 차인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결혼 전에는 정반대인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 안 했는데 살아보니 우리 부부도 서로 다른 점이 많았다. 내 모습과 다른 모습을 확인하고 안 맞는다고 생각하다가 또 어느 날에는 타협하고 인정하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서로 조금씩 닮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처럼, 나 역시도 진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모습이 납득이 가거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 더 나아가서는 그게 맞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남편 역시도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신은, 가장 최적화된 나의 모양을 만들 수 있도록 일부러 내 옆에 정반대로 생긴 사람을 두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우리의 모양을 모두 가진 아이까지 있으니 우리는 나의 모양이 어떤지, 너의 모양이 어떤지 더 잘 알 수밖에 없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각자의 모양을 더 나은 모양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ON 문장: 정반대로 생긴 사람을 만나면 비로소 나의 모양을 알게 된다.
OWN 문장: 정반대의 모양을 만나 살면서 나의 모양은 최적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