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나는 시작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초집중해서 에너지를 쓰는 스타일이라 금방 방전되기 일쑤다. 오죽했으면 회사 다닐 때 사람들이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 일반 사무직이 아니라 통역사라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에너지 100으로 출근해서 퇴근 시간에는 늘 방전 직전이었다. 집에 가면 늘 엄마가 왜 다 죽어가냐고 했었다.
요즘도 시작은 참 잘한다.
나는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걸 하다가도 뭔가 발견하면 다른 걸 한다. 좋게 말하면 멀티가 되는 사람이다. 문제는 시작할 때의 에너지가 끝까지 못 간다는 것인데 이제 그걸 좀 배분해서 쓸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좀 하다가 제풀에 꺾이는 경우가 많았어서 끝까지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올해 나의 목표였다. 내가 남들보다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떤 결과물을 내지 못하더라도 마무리는 하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올해는 꾹! 참고해 본 일들이 꽤 있었다. 그중 하나가 내년 초에 나올 책을 묶은 일이고 식이요법으로 체중감량한 일 그리고 매일 꾸준히 뭐라도 쓰고 있는 브런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노력 중인 내게 '마무리를 해낸 사람만이 시작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한해를 닫고 새해를 여는 내가 꼭 붙잡고 있어야 할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전까지 실컷 우드락 소재의 기차 모형을 만들던 아이가 어질러진 책상을 치우는 걸 보더니 남편이 아들을 칭찬했다. 아이가 "엄마가 치우는 것까지가 마무리라고 했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오늘 '마무리'가 들어가는 문장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생각하며 뜨끔했는데 아이가 한마디 덧붙였다. "엄마가 하나를 해도 끝까지 제대로 하라고 했어." 아, 나는 내가 가져야 할 태도를 아이에게 심고 싶었나 보다. 아이가 '엄마, 엄마부터 제대로 해.'라고 말하는 걸로 들렸다.
그래, 작은 마무리부터 차곡차곡 해내는 경험을 자주, 많이 하자. 그러다 보면 그 마침표들이, 그 한 점 한 점이 모여 언젠가는 제 빛을 내는 별이 될 것이다. 지금은 작은 마침표 점들을 많이 찍을 때이다.
ON 문장: 마무리를 해낸 사람만이 시작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OWN 문장: 내게는 마무리 마침표가 빛나는 한 점이다; 한 점 한 점이 모여 언젠가 제 빛을 내는 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