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아침, 나를 다시 일으켜 줄 거야.

『시는』, 조인정

by 착한별

일요일 아침에 오는 카톡은 동시마중레터링서비스 <블랙>이 도착하는 소리다. 누군가는 아침 일찍 교회나 성당에 다녀오는 시간, 누군가는 주말인데 좀 늦게까지 자야지 하고 이불속에 있을 시간, 다른 누군가는 '오늘 점심은 뭐 해주지?' 할 시간에 "카톡"하고 존재감을 알린다. 이 레터링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마음도 제 각각 일 것이다. 누군가는 주말 약속에 나가는 들뜬 마음일 테고 누군가는 공모전에 떨어져서 동굴로 들어갔을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는 회사 가기 싫은데 내일이 벌써 월요일이라며 한숨 쉬고 있을지도 모를 시간이다. 받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 상태인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동시마중 <블랙>은 동시간에 뿌려진다.


http://pf.kakao.com/_xjbBrxj/111951733


나는 내년에 나올 내 첫 책의 2교를 붙잡고 심란한 마음 상태였다. 2교라서 이제 편집된 틀 안에서 살짝만 수정해야 한다. 자신의 삶에 기대어 쓴 에세이 아니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평집이니 세세하게 쓴 게 맞다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자세했나 싶어서 어디를 고쳐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편집본을 마주할 때마다 그냥 처음부터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아마도 책이 나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ON 문장: 시는 아침, 나를 다시 일으켜 줄 거야.


동시마중 <블랙>에 실린 글들을 찬찬히 보다가, 조인정 시인의 <시는>이 마음에 와닿아서 따라 써보았다.

시가 아침처럼 나를 일으켜 세워줄 거라는 말, 시가 나쁜 꿈같은 사실에 울고 있는 나를 구해줄 거라는 말에 위로받았다. 시를 읽고 단상을 적으며 '나에게 시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오늘 내게 시는 우산이었다. 내가 흠뻑 젖기 전에 내게 온 누군가의 마음이었다. 나를 위해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자 금방 마음이 괜찮아졌다. 그 사람들 중에는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겠어.", "엄마,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남편과 아이가 있다. '잠깐 비 맞을 수도 있지, 조금 젖을 수도 있지. 금방 마르겠지. 어서 일어나서 다시 걸어가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시가 내게 준 위로 덕분이었다.




통역사 시절에 가장 괴로웠던 상황은 러시아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내 눈앞에 앉아서 나의 통역을 들을 때였다. 그 사람은 듣기만 하면서 어떤 부분은 잘했다, 못했다 심지어는 그건 그게 아니다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날은 내가 더 강심장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외국어를 알아듣고 머릿속에서 그건 그런 뜻이지 하는 거랑 그걸 순간적으로 모국어로 바꿔서 말로 하는 건 또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내 통역에 이렇다, 저렇다 하는 사람들을 단 5분만이라도 통역시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어디 통역뿐일까. 뭐든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그런데 또 좀 더 생각해 보면 모르니까 그리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어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은 내가 통역하는 것만 봐도 멋있다고 말해준다. 다 그런 것이다.

읽는 것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독자만 하면 이 정도의 글은 나도 쓰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별로라고 말할 때도 종종 있다. 솔직히 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각 잡고 앉아서 써보면 읽는 것과 내가 직접 쓰는 건 또 별개란 걸 알게 된다. 천 권을 읽는다고 해서 한 권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실력보다 안목이 먼저 발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 줄도 쓰기 어려운 사람은 또 내가 썼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겠지만, 내가 쓴 글은 지금의 내 최선이다. 내일 쓰는 글은, 다음 책은... 조금 더 나아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낫다.



일요일 아침에 온 시

조은주



딩동!

여기가 자꾸 못생겨지고 있는

마음이 사는 집인가요?


똑똑!

웅크리고 앉아서 혼자 생각해 봐야

점점 가라앉는 기분일 텐데 문 좀 열어봐요


심쿵!

마음이 다시 예뻐지게 조물조물 만져놓고

시는, 말없이 가버렸다



ON 문장: 시는 아침, 나를 다시 일으켜 줄 거야.
OWN 문장: 시는 우산, 내가 흠뻑 젖기 전에 내게 온 누군가의 마음이다.


이전 15화마무리를 해낸 사람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