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아저씨의 커피 가게
몇 년 전에 그림책 북 큐레이션 자격증 과정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림책을 오래 보신 분이 수업을 하셨는데 "저는 여러분 보다 20년 먼저 그림책을 만났을 뿐이에요."라고 그림책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아서 내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도 넣었다. 아동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강사 경력이 적다고, 교사도 아니라며 넌 도대체 뭐냐는 식의 눈빛을 받던 시절에 들은 힘이 되는 말이라서 한참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생각난다. 비록 온라인에서 만난 분이지만 감사했다. 그분의 태도를 본받고 싶었다. 그 말을 들었던 덕분에 그림책의 길을 좀 더 용기 내어 걸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이제 막 그림책 마을에 온 사람들을 만난다면 "나는 여러분보다 그림책을 먼저 만난 사람일 뿐이에요."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분야(세계)의 경험치가 많을수록 그림책을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도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다.
첫 책이 나오면 드려야지 하고 메모해 두었던 고마운 분들이 있다. "저는 여러분보다 20년 먼저 그림책을 만났을 뿐이에요."라고 말해주셨던 선생님 외에도 강사 경력이 별로 없는 나를 기꺼이 초청해 준 기관 담당자들, 자신의 첫 책이 나왔다며 보내주었던 사람들 등 내 첫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께 어제오늘 책을 보내드렸다.
최근에 서평단책으로 받은 그림책 《곰 아저씨의 커피 가게》에 보면 "나도 아직 배우고 있거든"이라고 말하는 도토리 커피 만들기의 고수, 곰아저씨가 나온다. 자신처럼 도토리 커피 맛을 내고 싶어 하는 늑대에게 곰 아저씨는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잘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온마음을 다해야 그 마음이 손님에게 전해진다는 가르침을 준다. 어느 정도 내공을 쌓은 늑대에게 또 누군가 비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 늑대 역시 "저도 아직 배우고 있거든요." 라고 말한다. 이 그림책의 핵심 메시지다. 우리는 모두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이 그림책을 읽다가 '나의 스승'이 떠올랐다. "여러분 보다 그림책을 20년 먼저 만났을 뿐이에요"라는 말은 그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 여러분도 나만큼 알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어떤 경지에 이르는 데는 꼭 필요한 시간이 있다. 지난 7년 동안 그림책을 보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그림책을 사랑하는 법을 찾았다. 그림책에서 내가 발견한 '자기 돌봄 이야기'를 온 마음 다해 첫 책에 썼다. 독자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 그림책도, 동시도, 글쓰기도 그리고 또 그 무엇도... 나도 아직 (온마음으로) 배우고 있는 중이다.
ON 문장: 저도 아직 배우고 있거든요.
OWN 문장: 나도 아직 온마음 다해 배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