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멀리 가고 있는 중이에요.
2019년, 네 살 아이에게 윤에디션의 『엄마의 선물』 책을 선물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었고 띠지에 아이 이름을 넣을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 뒤로 『빛을 비추면』 도 사서 아이랑 자주 함께 보았다. 윤에디션 책들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접으면』 외에 다른 것들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말 모양 캘린더가 제작 중인 것을 인스타에서 보았다. 한정판이었는데 구입 시기를 놓쳤다. 많이 아쉬웠는데...
엄마 눈빛이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샀지
지난 《인생 in 그림책》 출판기념회 때 그림책 굿즈 경매 놀이(?)에서 나의 아들이 엄마를 위해 사주었다. 윤에디션 첫 책을 아이에게 선물했던 마음을 되돌려 받은듯해서 뭉클했다.
서툰 채로 가는 시간도
분명 성장의 일부예요.
속도가 느려 보여도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멀리 가고
있는 중이에요.
3월의 말을 보니 핑크 말이다. 뒷장에는 "성장의 말과 함께 해요"라고 쓰여있다. 서툰 채로 가는 시간도 분명 성장의 일부라는 말도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멀리 가는 중이라는 말도 모두 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사과가 되고 싶어.”
나는 여름의 사과
나는 사과일까
아직 익지 않은 연두 사과는
사과가 아닌 것 같아
- <여름의 사과가 말했다>, 조인정-
서툰 채로 가는 시간이라는 말에 조인정 시인의 동시 <여름의 사과가 말했다>가 떠올랐다. 여름의 사과는 언제 빨간색이 될지 모르는 아직 연두인 자신이 사과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서툰 채로 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연두 사과들이다.
그런데 같은 연두끼리 있으면 분명히 먼저 붉은빛이 살짝 도는 연두 사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또 그게 또 부럽고 '나는 언제?' 하며 조바심이 날 것이다. 누가 먼저 붉어지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빨간 사과라고 다 같은 사과는 아니니까. 유난히 윤기가 흐르고 흠집이 없는 빨간 사과. 이왕이면 나는 그런 사과가 되고 싶다. 잘라서 먹었더니 보기와 다르게 맛없다는 소리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결국에는 그런 빨간 사과가 되고 싶다. 그 빨간 사과는 내가 만든 결과물이자 나 자체다.
첫 책을 내긴 했지만 글쓰기에 있어서 나는 아직 연두 사과다. 4월부터 동시를 배우기 시작하면 나의 레벨은 연두 사과보다도 더 전단계일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이 신인상을 받을 기회가 평생 한 번밖에 없는 것처럼 나도 '연두 사과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 서툴러서 오히려 더 좋은, 서툰 것이 당연한 이 시간을 사랑하기로 했다. 먼 훗날 빨간 사과가 되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시간들로 보낼 것이다.
ON 문장: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멀리 가고 있는 중이에요.
OWN 문장: 결국은 빨간 사과가 될 걸 믿으며 연두의 시간을 사랑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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