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파이팅! 울지 마요

아들

by 착한별

어젯밤에 남편이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낮에도 증상이 있었다는데 집에 와서 앉지도 눕지도 못했다. 겨우 침대에 눕혔다. 병원에 가자니까 우선 찜질하고 파스 붙이고 아침에 가잔다. 계속 신음소리를 내는 탓에 옆에 있던 나도 선잠을 잤다. 아이도 아빠가 걱정되는지 깨서 안방 왔다 갔다. 그렇게 온 가족이 잠을 못 잤다.


아빠 아프니까
엄마는 공개 수업 안 와도 돼


오늘 아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 얼굴은 시무룩했고 슬퍼 보였다. 일어나지도 못하는 남편을 잠깐 자게 두고 공개수업에 갔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있으려니 힘들었다. 사실 나는 배고픔보다 졸음을 못 참는 사람이다. 공개수업 내내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공개 수업이 끝나고 아빠를 걱정하는 아이를 꼭 안아주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남편을 일으켜 세워 죽을 먹였다. 이렇게까지 못 움직인 적은 없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요즘 회사 스트레스가 많다더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마다 허리가 아프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심하게 왔나 보다.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을 못하는 나라서 이럴 때는 참 난감하다. 차는 있지만 차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 도와준다. 학교 공개수업 가는 길에 만난 옆집 아줌마도 택시 안 잡히면 자신에게 부탁하라고 했고 학부모총회날이면 같이 가는 사이었던 아이 친구 엄마도 병원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결국 도움받아서 병원에 갔다. X-ray도 찍고 MRI도 찍고 난 남편의 상태는 디스크였다. 다행히 수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술을 받고 입원해야 할 상태였다. 기했다가 수술실에 들여보내는데 시술인데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의자도 없는 수술실 앞에 서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양가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아프시지만 우리 역시 여기저기 고장 날 나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지난 1월에는 내가 심하게 아팠고 3월에는 남편이 아프다니...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남편도 나도 이렇게 아플 일이 많아지겠구나 싶었다. 의사 선생님도 남편이 회복하더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또 재발할 거라고 했다. 남편도 나도 이제 정말 운동을 꼭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빠, 파이팅! 울지 마요.
곧 퇴원 D-3!

시술받고 나온 남편이 안정을 취하는 동안 영어학원 끝난 아이를 데려왔다. 아빠를 혼자 두고 엄마랑만 집에 가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아이는 가방에서 스티커 종이를 꺼내서 아빠에게 메모를 남겼다. 그거라도 써주고 와서 안심이 된다고 했다. 집에 와서 아이랑 저녁을 먹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톡이 왔다. 우주 최강먹돌이 아빠답게 병원 밥이 맛있다며 클리어 한 사진이었다. 우리는 병원 밥이 맛있어서 다행이라며 크게 웃었다. 늘 이 시간이면 함께 있던 곰 세 마리 가족인데 오늘은 아빠 곰이 병원에 있다. 혼자가 된 아빠 곰도 생각이 많을 것이고 아빠 곰이 없어서 우리도 허전하다. 우리 대신 쪽지가 아빠 곰 곁에 있어줘서 다행이다. 남편, 내일 아침에 아들 등교시키고 바로 갈게. 잘 자요

ON 문장: 아빠, 파이팅! 울지 마요.
OWN 문장: 곰남편, 이제 정말 건강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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