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빛레터
마음에 감정찌꺼기가 쌓이는 느낌이 들면 가장 더러운 곳이지만 청소하면 확실히 티가 나는 곳, 화장실을 청소한다. 마음도 가끔씩 청소 안 한 화장실 같을 때가 있다. 세면대, 욕조의 물때가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청소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거품세정제를 뿌려놨다가 전동 청소솔로 살살 달래듯 밀면 작고 검은 것들이 나온다. 청소하는 동안만큼은 나를, 나의 가장 친한 친구 A라고 생각하고 얘기를 들어준다. 깨끗해진 화장실이 내 마음 같아서 좋다. 그러고 나서 깨끗해진 욕조에 아로마오일과 소금을 넣은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근다.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나에게 집중한다. 그러고 나면 몸도 마음도 조금 가벼워진다. 그다음, 무거운 마음을 한 번 더 정리한다. 휴대폰의 사진첩과 파일, 톡방 등을 정리한다. 용량이 줄어든 만큼 나도 훨씬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이젠 우울이 찾아와도 동굴 속으로 들어가 눕지 않는다. 이렇게 자꾸 뭐라도 해 본다. 다른 무언가를 깨끗이 할수록, 다른 무언가의 무게를 덜어낼수록, 나도 깨끗해지고 가벼워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인별그램을 보다가 <봄이 안 오면 내가 봄에게로 간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봄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봄에게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봄에게 가는 중이다. 나에게 봄은 무엇일까?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한다면 적당한 바람, 따스한 햇살, 사랑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있는 풍경 속의 내 모습이 아닐까? 나를 확대해 보면 입가에 행복이 묻어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첫 책을 내고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걸 경험했다. 진짜 봄이 오기 전에 겨울과 봄이 실랑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겨울이라고 우기며 꽃샘추위를 만드는 겨울의 뒤끝과 지금은 봄이 맞다며 따뜻한 공기로 옷 한 꺼풀을 덜어내게 하는 봄의 애교가 공존하는 3월처럼 내 마음도 그렇다. 작가가 된 게 가슴 벅차고 기쁘다가 이것밖에 못 쓰다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누군가의 칭찬에 다시 기분 좋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내가 이러는 건 '진짜 봄'으로 가는 과정이라서 그런 것이니까.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겠어
첫 책으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책이야.
내 마음이 자꾸 가라앉는 것 같으니 남편이 첫 책치고는 잘 썼다며 나를 일으켜 세워준다. 봄이 안 오면 내가 봄에게로 가는 게 맞다. 그런데 봄이 어딨는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내가 먼저 가보려고 한다. 나의 진짜 봄을 만나러!
ON 문장: 봄이 안 오면 내가 봄에게로 간다.
OWN 문장: 나는 '진짜 봄'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