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도 마음속 생각도 널리 알리고 싶은 지식도 무엇이든 다 담는 그릇. 나도 그런 그릇이다. 인풋을 좋아한다. 새로운 걸 발견하고 알게 되고 감탄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 분명히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담은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I am what I eat)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먹는 건 음식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내가 먹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동사 '먹는다'는 '읽다'로 바꾸어도 되겠다. 내가 읽는 것이 바로 나이다(l am what I read). 내가 읽은 것을 토대로 경험한 것을 보태서 아웃풋으로 글을 쓴다면 그것도 나이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것이 바로 나이다(I am what I write).
출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김종원
지금 내가 쓴 글은 그간 쌓은 내 안목의 결과다. - 김종원-
그런데 내가 '먹은 것'의 아웃풋인 글에 '지성'과 '안목'을 담기가 참 어렵다. 내 인풋 중에 써먹을 게 생각보다 별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정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제대로 꺼내지 못한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펜을 내려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출처: 대화의 희열, 김영하 작가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결국 나 - 김영하-
살면서 지난 5년간 가장 집중해서 독서를 했다. 그전에도 책을 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진짜 독서'를 했다고 느낀 시간이었다. 물이 담긴 접시가 책이라면 나는 거기에 떨어뜨린 티슈 한 장처럼 온몸을 담갔다. 그리고 건져내서 물기를 꼭 짠 모습이 독서 후의 나였다. 이미 티슈 한 장이 아니었다. 물을 머금고 짜는 동안 모양은 바뀌었고 단단해졌다.이제 독서의 기본기는 잡힌 듯하다.
하지만 500권, 천 권을 읽었다고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건 또 아니란 것을 안다. 이제는 '쓰기의 양'을 채울 시간이다.
출처: <카피책>, 정철
그냥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글의 분량을 늘려야 할 시간이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애쓰고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