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찾아서] 홍대입구역 인근 최사장네닭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닭을 좋아한다. 닭요리 중에서도 특별히 닭도리탕을 좋아한다. 예전에 어머니가 종종 닭도리탕을 해 주셨고 나는 그 닭도리탕을 환장하도록 좋아했다. 밥이 잘 어울리는 매콤한 국물에 삶은 닭과 감자, 양파 등이 어우러졌으니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한창 많이 먹을 때는 어머니가 닭도리탕만 하면 밥 두 공기는 기본으로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옛날에도 그렇게 먹는 걸로 스트레스가 풀렸던 것 같다.
다만 닭도리탕을 식당에서 혼자 먹기는 은근히 쉽지 않다. 대부분의 닭도리탕 전문점들은 전골로 끓여 나오는 게 기본이라 최소 2인 이상의 손님만 받는다. 게다가 술집도 겸하고 있어 더더욱 혼밥은 눈치보인다. 그렇다고 혼자 해 먹기는 은근히 귀찮은 데다가 어쩌다 직접 해 보면 묘하게 닭이랑 국물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다. 배달시켜 먹거나, 아니면 백반 형태로 닭도리탕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식당을 찾아가거나. 하지만 사실 배달은 배달 전문 식당을 잘 믿지 못해 치킨 등 몇몇 메뉴 외에는 잘 안 시키는 편이다.
그러다가 운 좋게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닭도리탕이 백반 형태로 나오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 닭도리탕이 생각나는데 직접 해 먹기 귀찮고 힘들 때는 이곳을 가끔 찾는다.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최사장네닭'이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가게 안에는 연예인 사인이 쭉 붙어 있어 맛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쪽 출구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
식사 메뉴로 닭곰탕과 닭개장, 그리고 닭도리백반을 판다. 자연스럽게 닭도리백반과 소주 한 병을 시킨다. 이날은 토요일 오후 1시 좀 넘어 살짝 애매한 시간에 와서 생각보다 손님이 많지는 않았고, 나처럼 혼자 와서 식사하고 있는 손님들도 좀 있었다. 혼밥하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닭도리백반을 먹고 있었다. 반찬 몇 가지와 함께, 혼자 먹을 만큼의 닭도리탕이 스뎅 그릇에 적당히 담겨 나온다. 그야말로 한 그릇 뚝딱 하기 좋은 구성.
먼저 반찬이 나온다. 깍두기와 부추무침, 오징어젓갈이 나온다. 그리고 반찬 중 가장 눈에 띄는 '닭껍질무침'도 반긴다. 오이, 당근, 양파 등 갖은 야채를 쫄깃한 닭껍질과 함께 매콤달콤한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렸다.
닭껍질무침은 닭도리탕이 나오기 전 딱 입맛을 돋우기 좋은 반찬이다. 닭껍질은 삶거나 끓인 닭의 껍질에서 으레 느낄 수 있는 흐물흐물함보다는 씹는 맛이 있는 쫀득함이 더욱 강하다. 생각보다 식감이 탄탄해서 좀 (좋은 의미로) 놀랐다. 이걸 싱싱한 양파, 당근 등 채소와 같이 먹으면 매콤새콤함이 입안에 감돈다. 딱 침샘을 자극하는 요리이자, 식욕이 올라가는 그야말로 전채에 충실한 반찬이었다. 상큼한 야채와 고춧가루 바탕의 양념 때문인지 닭껍질에서 날 수 있는 닭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나온 닭도리탕. 스뎅 그릇 안에서 빨간 국물에 적셔져 있는 닭고기들에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나는 닭도리백반 '특'을 시켰는데 반마리 정도의 닭에 감자와 양파, 당근 등이 조금씩 들어 있다. 마치 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국물 양이 많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점.
내가 이 집 닭도리탕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물이 내 입맛에 정말 잘 맞기 때문이다. 나는 맵고 자극적인 닭도리탕보다는 닭 육수가 잘 우러난 구수함 속에 매콤달콤함이 적당히 우러난 닭도리탕 국물을 좋아한다. 그 국물이 닭고기 안에 잘 배어들었다면 더더욱. 이 집의 닭도리탕이 바로 그렇다. 그래, 이 맛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공기밥 위에 국물과 닭고기 조각을 얹어 한 숟갈 크게 떠 먹는다.
닭고기도 잘 삶아져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닭다리와 닭날개는 말할 것도 없고 자칫 퍽퍽할 수 있는 닭가슴살 부위 역시 적당히 담백하니 잘 넘어간다. 국물에 푹 담근 후에 먹으면 더 맛있다. 별로 맵지도 않으면서 감칠맛이 감돌아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우게 된다. 백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간을 조절한 것일까? 궁금해진다. 어릴 적 으레 먹던 어머니의 닭도리탕과 맛이 비슷해 술술 넘어간다. 집밥 느낌이다.
어머니가 해 주신 닭도리탕은 딱 그런 맛이었다. 별로 맵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매콤달콤하고, 알맞게 잘 삶아진 닭고기에 국물이 배어들어 술술 넘어가는. 내가 지금까지 닭도리탕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 덕분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이렇게 맛집을 찾아 먹기까지 한다.
역설적이게도 요즘 들어 어머니가 해 주시는 닭도리탕은 예전보다 맛이 강해졌다. 마늘과 소금을 전보다 많이 넣어 맛이 좀 더 짜고 자극적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맛은 있지만 아무래도 예전 스타일의 닭도리탕 생각이 언뜻 나기는 한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져 간을 짜게 하게 된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 어머니도 조금은 더 나이가 드셨다는 걸 실감한다. 나이에 비해 흰머리도 적고 동안이시지만, 감각이 둔해지고 잔병치레를 호소하시는 등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신호가 보인다. 시간이 흐르긴 흘렀구나, 싶다. 물론 그걸 굳이 티를 내지는 않는다.
아무쪼록 종종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 예전에 먹어 왔던 닭도리탕이 생각이 불쑥 난다면 더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