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화요일에 터져요
시한폭탄이 나타났다
MBC에 시한폭탄이 나타났다. 월요병을 시원하게 폭발시킨 드라마 <나쁜형사>(극본 허준우, 강이헌 / 연출 김대진, 이동현)다. 1화를 보고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했다. 영국 드라마 <루터>를 각색해 방영 전부터 화제였지만, <나쁜형사> 그 자체로도 충분히 화젯거리란 생각이 들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쁜형사>가 1화부터 4화까지 월화 이틀 모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틀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도 돌파했다.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라는 별명의 형사, 우태석(신하균)은 드라마 제목처럼 '나쁜형사'다. '죄지은 자에게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한다'는 원칙을 가진 태석은 법의 범위를 넘어선 수사도 일삼는다. 방송 2회 동안 벌써 2번이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하지만 그 덕에 전국 강력범죄 검거율 1위를 기록하는 실적 좋은 형사이기도 하다. 나쁜 사람들은 잡느라 집에는 10일 넘게 안 들어오고, 장모님 생일도 못 챙기는 나쁜 남편이기도 해, 김해준(홍은희)에게 이혼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나쁜형사
태석이 나쁜형사가 된 건 13년 전의 살인사건 때문이다. 이는 1-4화를 통해 벌써 밝혀졌다. 13년 전 태석의 모습이 그냥 누가 봐도 '2018년 신하균'이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몰입하기엔 충분했다. '신하균'의 연기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생생한 1인칭 시점의 촬영과 상황에 찰떡인 OST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13년 전 놓친 장선우(김건우)를 잡는 것이 형사로서 목표였는데, 선우가 이름을 바꿔 장형민 검사로 태석 앞에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사이코패스 기자 은선재(이설)까지 나타났는데.. (이 글을 쓰면서 또다시 손에 땀이 ;;) 더 이상은 스포일 것 같아 줄이겠다. 다만 이 한마디만큼은 남기고 싶다.
"나쁜 형사도 필요할 것 같아요."
나쁜 드라마
그런데 이 드라마, 드라마 자체가 (살짝) 나쁘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지!금! 시!험!기!간!인!데!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가 시작하면 어떡하나... 대학생만 시험기간 아니냐고요? 수능 끝난 고3들만 마음 편하게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틀렸다. 이 드라마, 일부 회차는 19세 미만 청소년 관람불가다. 첫 시작이었던 1, 2화도 19금이었다. 19금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일부 회차"가 19금이라는 건 "일부 회차"는 15세 이상 관람 가능이란 말이다. 솔직해지자. 15세 이상 관람 가능한 일부 회차를 보고 드라마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까? 청소년이 밤 10시에 19금이라고 TV를 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안다. 나도 물론 15세 이전에도 15세 이상 드라마를 봤다. 그런데 방송국이 이를 모른 체 넘어가는 건 조금 다르지 않나 싶다.
범죄 수위가 높아 19금이라는 걸 금방 느꼈다. 어찌나 잔인하던지 - 범죄 드라마에 피해자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핵심은 피해자를 어떻게 재현하느냐다. 잘못된 재현은 피해자를 범죄의 도구로 수단화하거나 실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힌다. 지난해 개봉한 박훈정 감독의 영화 <V.I.P>도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살인 이야기였는데 나쁜 영화였다는 점을 꼭 참고하길 바란다. <나쁜형사>가 진짜 나쁜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죽인다"는 말을 매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은선재 기자. 아무리 사이코패스라지만 너무 리얼해 등골이 오싹해진다. 폭염의 남량특집 아니지 않나.. 수위를 조절해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스토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형사물이 꽤나 많이 나온 2018년이지만 <나쁜형사>는 신선한 형사물이다. 꼭 잔인하고...죽이고...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이 넘치는 드라마다. '갓'신하균의 (말해 뭐해) 연기력과 캐릭터에 100% 일치하는 캐스팅, OST 등 한 순간도 넘길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 정말 많다. 다음 장면이 너무 궁금하지만 지금 이 장면도 너무 궁금해 클립별로 드라마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오프닝 1초도 놓칠 수 없는 <나쁜형사>, 오늘 밤도 전CM부터 오매불망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