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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주현 Nov 01. 2020

적어보기, 훔쳐보기

일단 이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장기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목표란 단어도 부담스러운데 "장기"라니요. 하지만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 목표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통해 제 생각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장기 목표? 그거 세워봐야 뭐해, 어디 삶이 계획대로 되나?
멀리 볼 것 없이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면 되는 거야.
난 내 장래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도 없는데.. 계획 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제가 주변 지인과 같이 목표를 세우며 시너지를 내어 보려다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의견들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해 틀리거나 잘못된 의견은 없습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니까요.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면 더 좋은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제적 자유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꿈꾸신다면 그냥 되는대로 살면서 요행을 바라는 것보다는 목표를 잡고 작은 일이라도 사부작사부작 해나가는 것이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운도 결국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잡을 수 있습니다.


시간 관리란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중요한 일에 사용하려는 노력입니다. 바꿔 말하면 장기 계획이란 결국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여가 시간이 생겼을 때, 잠깐 외출해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들을 돌아볼지, 아니면 미술관의 전시를 보러 갈지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 줍니다. 거대하거나 거창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의 근거 정도면 충분합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시청 기록을 봐도 좋고 내가 즐겨찾기 해둔 웹 페이지들이 무엇인지, 스마트폰에 설치해 둔 앱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전부 어떤 측면으로는 나의 흥미를 발현하고 있는 단서들입니다. 내가 어떤 것에 끌리는지 어떤 것을 할 때 더 만족감을 느끼는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알아간다면 좀 더 나다운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죠- 일단은 부담감은 내려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을 해보려고 합니다. 앞서 안내드렸던 버킷리스트용 노트를 펼칩니다. 양쪽 페이지를 활용할 예정이므로 첫 장을 넘기시고 양쪽 페이지가 펼쳐진 상태에서 왼쪽 위에 계획할 연도를 써주면 모든 준비가 완료됩니다.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저는 장기 계획이란 말을 많이 사용했지만 사실 모든 목표가 장기간의 시간을 투자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들은 다양한 과정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는 장기 계획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캠핑 체험해보기, 도자기 만들어보기, 아무도 없는 조용한 숲속에서 책 읽기 같은 목표는 지금 당장 전화 한 통화로도 예약하거나 집 밖으로 나가 경험해 볼 수 있는 단기적 목표에 해당합니다. 금세 할 수 있지만 잘 손이 가지 않았던, 하지만 왠지 하고 싶었던 단기 목표들도 좋습니다. 노트를 펼쳐서 왼쪽 페이지에 생각나는 모든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봅니다. 추상적이어도 좋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림으로 표현해도 괜찮습니다. 


버킷 리스트라고 하면 저 하늘의 별처럼 굉장히 멀고 어마어마한 일을 떠올린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의 조금은 섬뜩한 유래를 알고 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버킷 리스트는 사형을 선고받은 죄인을 양동이(Bucket) 위에 서게 한 뒤 밧줄에 목을 매고 양동이를 걷어차는 사형 집행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정말 발밑의 양동이가 사라지기 전에 꼭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떠올릴까요? 슈퍼카를 타고 싶을까요? 거대한 저택을 갖고 싶으신가요? 물론 커다란 목표도 병행되어야 하고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작고 빠르게 이룰 수 있는 목표들도 소중하고 값진 목표들입니다. 너무 크고 멀리만 생각하지 마시고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들도 적어보세요.



작성 Tip 1 : 역할을 설정하고 분류하기

우리는 많은 역할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부모이며, 어떤 회사의 사원일 수도 있고, 어떤 학교의 학생이기도 하며. 어떤 그룹의 회원일 수도 있지요, 아니면 부유한 한량, 탐험가, 그림쟁이 같은 내가 설정한 역할일 수도 있어요. 내가 속한 다양한 역할을 골고루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할 수 있기에 왼쪽 페이지 첫 번째 줄에 내게 주어진 역할들을 일렬로 쭉 써보시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실 때 참고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작성 Tip 2 : 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남기고 싶은 것, 만들고 싶은 것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처음이라면 무엇을 적을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위에 제가 열거한 질문들에 하나씩 답을 해보시면서 리스트를 추가하시거나 연상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작성 Tip 3 : 완벽주의적 성향 버리기

어쩌면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팁일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완벽주의적 성향의 사람이라면 더더욱요. 왠지 모르게 장기 보관될 기록이라고 하면 글씨도 반듯하고 예쁘게 써야 할 것만 같고, 예쁜 스티커도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쓰다가 오타가 나면 그 페이지를 북북 찢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깔끔하게 써야 할 것만 같고요. 하지만 이런 완벽주의적 성향은 시간관리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잘 써보고자 하는 것이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냥 다루기 편한 펜이거나 정 오타가 신경 쓰인다면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연필이나 샤프로 기록하시고 줄 맞춰 쓸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적기를 바랍니다. 기록 방식이 경직되면 생각도 경직됩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건 무엇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입니다.   



버킷 리스트 훔쳐보기

많은 분들이 아마도 여기까지는 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어 보는 일은 낙서나 장난삼아 해보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버킷 리스트 작성은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이미 엄청난 제약 사항에 갇혀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모든 목표들이 내가 아는 수준 안에서 씌여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우리의 지식을 뛰어넘습니다. 두근거리는 목표를 세울 때도 내 지식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해야 합니다. 즉, 다른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그게 어떤 의미의 목표들 인지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알지 못하면 목표를 세울 수 없고 나의 경험은 확장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목표를 일일이 다니면서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웹사이트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래 웹사이트 말고도 구글에 'Bucketlist idea'로 검색하면 다양한 정보들이 나옵니다.)

https://bucketlist.org/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올리고 동기부여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형식의 웹사이트입니다. 메인 메뉴 중 Ideas라는 메뉴를 선택하면 카테고리 별로 전 세계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들이 노출됩니다.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하셔야 개수 제한 없이 열람이 가능하며 열람만으로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사진이 첨부되어 있고 비교적 간단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표를 탐색해보며 특별히 마음에 들거나 끌리는 항목들을 여러분의 버킷 리스트를 적었던 페이지와 마주 보는 오른쪽 페이지에 하나씩 적어 나갑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들을 발견하실 수도 있고 그 리스트를 응용하여 여러분의 새로운 리스트가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버킷리스트를 수정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왼쪽 페이지에 추가하고 가감 없이 수정합니다. 저는 가능한 지인들을 모아놓고 목표를 잡아보는데요 서로의 목표를 들어보고 같이 고민해 보면 나의 목표도 엄청나게 수정되고 발전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나의 흥미를 타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꼭 다른 이들의 버킷 리스트를 훔쳐보며 여러분들의 버킷 리스트를 발전시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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