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주현 Dec 23. 2021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림을 그립시다.

이게 무슨 X소리냐면요…

만약에 당신이 풍요로운 인생을 기대한다면, 

조금 느린 속도로 삶을 들여다보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이런 낭만적인 이유를 떠나

미래가 막연하게 두렵고 불안하다면


당신은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지금부터 왜 그래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하필 그림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난 뒤에 약간의 설렘과 호기심이 느껴진다면

어딘가에 뒹굴고 있을 종이와 펜으로 눈에 보이는  아무것이나 그려보기를 강권합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그 끄적임을 시작으로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류의 미래?]

제목이 거창한 것 알고 있습니다. 연필로 머그컵이나 따라 그리고 있는데 인류의 미래라뇨


음성이 들리는 신기한 JPG


그런데 저는 정말로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항마력이 부족해 뒤로 가기를 누르고 싶으시겠지만 꾹 참고 한번 읽어봐 주세요.


인간의 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지’와 ‘생산’입니다.

(연예인, 운동선수와 같이 구분이 모호한 직업도 있지만 일반적인 업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지'는 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해 보수, 관리하는 일입니다.

이 일은 본질적으로 전후가 같음을 추구합니다.

몸이 아프면 치료를 통해 아프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차가 고장 나면 수리를 해서 고장 나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진열장에 음료가 떨어지면 다시 채워 넣어 떨어지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수많은 직업들과 그 일이 세상을 유지시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두 번째는 생산입니다.

식량, 물건, 공간, 서비스, 콘텐츠 등 유형/무형의 무언가를 만들거나 구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만들어내기 전과는 다른 결과를 추구합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필품을 만들고

새벽부터 논밭으로 나가 작물을 기릅니다.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 정서적 긴장감과 즐거움을 줍니다.


이 생산이라는 일은 ‘공정’의 유무에 따라 다시 두개의 분류로 나뉩니다.



공정(Process)이란 철저한 계산에 따라 정해진 프로세스 위에서

기계적으로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치약이나 햄버거,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일은 한 번이건 수만 번이건 동일한 공정을 거칩니다.

최초 공정이 잘 설계되면 이후부터는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면 됩니다.

공정에 의한 생산 역시 전과 후가 다르기는 하지만, 생산이 되고 난 후의 모습을 적확하게 예측 가능합니다.


반면에 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생산도 있습니다.

이 일은 다른 말로 ‘창작’입니다.


미래적 배경을 담은 소설책 쓰기

만들 때마다 다른 패턴을 새겨 넣는 수공예 접시 만들기

새로 작곡된 음악에 영감을 불어넣어 안무 짜기

슬픈 느낌의 피아노 소나타를 좀 더 경쾌한 감성으로 연주하기

등이 있습니다. 


이 일들은 동일한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인간의 판단과 순간적인 응용에 의해 완성됩니다.

그래서 이 일은 결과를 세밀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불완전한 사람이 완성하기 때문입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아실 겁니다.

아래 이미지를 한번 보겠습니다.


출처 : innovationtorevolution.wordpress.com


미래학자 레이커즈와일의 특이점(The Sicularity) 그래프입니다.

특이점이란 기술의 발전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 지능의 발전보다 시작은 늦지만 

그래프의 기울기가 다릅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욱 벌어짐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도리없이 현재의 많은 업무를 기계에게 넘겨주게 됩니다.



아직 먼 미래의 얘기인 것 같나요?


고속도로 통행료를 더 이상 사람에게 내지 않습니다.

패스트푸드, 커피 주문도 키오스크를 통해 합니다. 

일부 피자집은 피자를 굽고 자르고 포장하는 것까지 기계가 합니다. 

배달 앱을 통해 음식 주문, 결제, 포인트 적립,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신청까지 해결합니다.

일부 음식점이나 호텔은 로봇이 음식을 서빙합니다. 


사람 대신 기계가 일하는 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속도와 범위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이점 이후 그래프 위치가 치솟을수록

기계와 인공지능은 일반화되고 단가가 낮아질 겁니다.

기업에서 비용이 줄어드는 선택지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인공지능이 대체 가능할 확률이 높은 직업은 

‘유지’영역과 ‘공정이 필요한 생산’영역입니다.

각 영역을 세부적으로 보면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하는 일도 있겠지만

일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일수록 대체될 확률이 높습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둘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바둑 경기의 기보를 입력받고

그 적층된 데이터를 탐색하여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매수 고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과가 명확히 정해진 일, 그리고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일은

인공지능이 자리 잡고 앉을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인류가 음악가, 미술가, 작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모두는 창작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특이점 이후의 미래의 모습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결론낼 수 있는 활동에 능숙하다면

다가올 미래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손으로, 입으로, 감각으로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과

오로지 소비만 해오던 사람은 

단순히 경제적 측면을 떠나 삶을 만끽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림 그리기야?]


‘수많은 창작활동 중에 왜 하필 그림이야?’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흔하지도, 지나치게 어렵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위에서 말한 미래적 관점에서의 창작 활동을 “생존 취미”라고 부르는데요

생존 취미는 수익성을 전제로 합니다.

즉, 결과물이건 과정이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어야 합니다.


그냥 취미를 취미로만 즐겨도 좋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소비 활동일 뿐 앞서 말한 ‘생산’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 혼자 즐기는 것과 소비를 전제로 한 생산은 그 깊이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생산 활동으로서의 창작이 되어야 비로소 나 자신에게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림 그리기는 아직 희소가치가 있습니다.

세상에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넘쳐나는 것 같지만

막상 내 주변에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립니다.라고 말했을 때

여전히 주변의 반응은 생경합니다.


또한 그림은 배우기가 쉽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 얼마든지 구매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 교과 과정에 미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과거에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있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활용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스케치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저 작품을 완성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어떤 막연한 개념을 설명할 때

공간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야 할 때

복잡한 길을 안내할 때


시각화라는 능력이 지닌 힘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말과 글로만 설명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논쟁이 그림 한 장으로 해결되는 일도 많습니다.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줄 때에도 후다닥 그린 약도 한 장이 효과적입니다.

그림이라는 매체 특성상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요.



세 번째는 명확하고 다채로운 결과물입니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그 그림 자체가 바로 재가공 가능한 결과물로 남습니다.

애플리케이션과 다양한 장치를 활용하여 그려지는 과정 자체도 결과물이 될 수 있습니다.

수정 작업을 거쳐 한 장의 결과물이 수십, 수백 가지로 베리에이션 되기도 합니다. 


또한 그림 결과물이 이미지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인식이 가능합니다. 

춤이나 노래, 악기 연주를 통한 음악의 경우 결과물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약간의 시간을 들여 콘텐츠를 지켜봐야 하지만

이미지는 찰나의 순간에 결과물을 바로 인식합니다. 

(우리는 유튜브로 수많은 동영상을 보지만, 그 영상을 봐야겠다고 결정하는 요인은 대부분 섬네일입니다.)


이 특성은 사업화의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무엇이든 빨리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에 익숙해진 요즘은 더욱

한 장의 이미지가 강력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커다란 변화가 예고된 미래에서 사람은 창조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경제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생존성 창작”인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창작활동 중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적절하게 희소하며, 활용도가 뛰어난 그림 그리기는

좋은 생존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림은 잘 그린다, 못 그린다의 기준과 경계가 참 모호한 영역입니다.

내 그림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이 행성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지금부터라도 그림으로 추억을 남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것도 어렵다면 책상 위의 물건을 낙서 삼아 따라 그려보는 것으로도 좋습니다.



한번 끄적여보세요.

지금도 훗날도 즐거울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즐겁고 의미있는 매일매일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